미국인 고용·자동화에 속도 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제한 정책이 인도 정보·기술(IT) 아웃소싱 업계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비자’를 손보는 행정명령에 지난달 18일 서명했다. H-1B 비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등 외국인 전문 인력에 부여하는 비자로 매년 8만5000건이 발급된다. 당시 트럼프는 “가장 숙련되고 고임금을 받을만한 지원자들에게만 이 비자가 부여되어야 한다”며 미국인을 대체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미국 일자리 사수’ 정책에 인도 IT 기업들은 백기를 드는 모양새다. 지난 2일 인도의 대표 IT 업체인 인포시스가 앞으로 2년간 미국에서 1만 명을 고용하겠다고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인포시스는 오는 8월 미국 인디애나주에 기술 혁신 서브를 건설해 2021년까지 미국인 2000명을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인도 IT 아웃소싱 회사는 트럼프의 이민 제한 정책을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인도 최대 IT 기업 중 하나인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인도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며 “미국에 IT 아웃소싱을 기대는 구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등쌀에 못 이겨 H-1B 비자 신청을 줄이긴 했지만, 고착화한 아웃소싱 구조에 변화를 줄 여지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많은 인도 아웃소싱 업체들이 미국에서 원하는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애널리스트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인도 노동자들만큼 저임금에 능력 있는 인재들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도 IT 아웃소싱 업체들은 이러한 난국을 자동화로 돌파하려 한다. 트럼프 정부가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하는 동시에 최근 몇 년간 클라우드 기술, 인공지능(AI)과 같은 정교한 IT 기술 수요가 커졌다. 따라서 저 숙련의 일상적인 기술에 더해 고차원 기술과 관련해 자동화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아웃소싱 컨설팅 업체인 페이스하몬의 에디비드 루츠치크 매니저는 “H-1B비자 요청이 줄어드는 대신 자동화 설비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트럼프의 압박에 H-1B비자 신청 건수는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미국 이민국(USCIS)은 신청건이 20만 건 이하를 기록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인 동시에 2013년 이후 내내 오르던 신청 건수가 올해 처음 전년보다 줄었다고 발표했다. 인도의 IT 기업 피셔앤필립스에서 일하는 샤론 스테브슨 변호사는 “수만 명의 근로자를 미국에 파견하는 인도 기업이 올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과 두려움 때문에 비자를 더 적게 신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