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마크롱 시대] EU, ‘프렉시트’ 우려 덜었지만…프랑스, 비주류 리더십 한계 어쩌나

입력 2017-05-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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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 왼쪽) 프랑스 대통령 당선인과 부인 브리짓 트로뉴 여사가 7일(현지시간) 파리의 대형 쇼핑몰 까루젤 뒤 루브르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대선 승리의 기쁨을 전하고 있다. 파리/EPA연합뉴스

프랑스 대선에서 ‘친(親) EU 정책노선’을 내세운 중도 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압승을 거두면서 유럽 전역이 가슴졸이던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우려는 일단 후퇴했다. 하지만 60년간 사회·공화 양당이 장악해온 프랑스 정계에 의회 의석 하나 없는 정당에서 대통령이 나온 만큼 향후 국정 운영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7일(현지시간) 마크롱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 한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마크롱이 프렉시트 공약을 내세운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을 누르고 압승하자 트위터에 “프랑스가 유럽의 미래를 선택해 행복하다”고 적었다. 그는 또 EU 창설의 역사는 프랑스의 역사와 긴밀히 연관돼 있다”며 “마크롱의 리더십 아래 더 강하고 더 공정한 유럽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마크롱 당선인에게 “프랑스가 자유, 평등, 박애를 선택했고, 가짜뉴스의 폭정에 ‘노(NO)’라고 말했다”고 축하의 뜻을 표했다. 아토니우 타자니 유럽의회 의장도 마크롱 당선인에게 축하의 뜻을 전한 뒤 “프랑스가 유럽의 심장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EU가 회원국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함께 EU를 바꿔 나가자”고 했다.

EU의 이같은 반응은 마크롱의 당선으로 프렉시트 우려는 일단 덜었기 때문이다. 작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EU의 핵심국인 네덜란드와 프랑스를 비롯해 EU 내부에서 반 EU 바람이 거세지면서 EU는 반 EU 정서로 프랑스 대선전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의 당선 여부에 촉각을 세웠었다.

다만 프랑스 입장에서 이번 결과는 1958년 샤를 드 골이 확립한 프랑스 정치 시스템이 받고 있는 타격을 상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정치 60년을 양분해온 사회당(중도 좌파)과 공화당(중도 우파) 후보가 모두 1차 투표에서 탈락하며 기존 정치 질서가 무너졌기 때문. 마크롱은 ‘21세기판 프랑스 혁명’으로 평가되는 이번 대선의 영웅으로 부상했지만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현재로선 사회당이 마크롱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극우 보수와 중도 우파 등으로부터의 공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침체된 프랑스 경제에 활력을 되찾는 데 필수인 개혁이 쉽지 않게 된다. 대선 전, 마크롱이든 르펜이든 정치 기반이 약한 정치 신예들이 당선되는 데 따른 우려도 이래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마크롱의 급선무는 정권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의회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마크롱은 ‘전진’이라는 의미의 중도 신당 ‘앙마르슈!’를 출범시킨지 겨우 1년. 하원에 해당하는 국민의회에 의석이 없다. 대통령과 내각 대표인 총리의 정당이 다르면 정책 실현은 어렵다. 6월 총선에서 의석을 얼마나 획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현재로선 앙마르슈가 충분한 후보를 옹립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사회당의 분열 등으로 앙마르슈가 다수당을 차지하면 그나마 낙관적이지만 현재로선 계파를 불문하고 동조자를 모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기성 정치의 속박이 없다는 걸 강점으로 내세워온 만큼 정권 운영이 어려워지면 프랑스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져 차기 2022년 대선에서 더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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