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선 후보 유세 현장 가보니...세대간 온도차 뚜렷

입력 2017-05-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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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둔 마지막 주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유세를 예고한 부천역 광장의 모습. 평소보다 중장년층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사실 (후보들)공약을 우리가 어떻게 다 알아요. 여기에서 (홍준표 후보가)유세한다고 하니까, 궁금해서 잠깐 내린거지. 그런데 아직 도착은 안한 모양이네….”

경기도 부천에 사는 66세 임 모씨는 부천역 광장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애초 두 정거장을 더 가야한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은 홍 후보를 보기 위해 일부러 전철에서 내렸다고 했다.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연신 스마트폰으로 시간만 확인하고 있었다.

선거를 앞둔 마지막 주말. 주요 후보는 서울과 수도권 거점 유세를 펼치는 중이다. 최대 격전지이자 정치적 상징성이 뚜렷한 수도권에서 표심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마찬가지. 대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 지방과 수도권 주요지역에서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한국당 측은 “국민 대결집을 위해 홍 후보가 ‘U턴 유세 캠페인’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서울을 시작으로 경기도와 충청권을 거쳐 ‘텃밭’인 영남으로 간다. 이후 다시 충청을 찍고 상경, 8일 저녁 서울역에서 선거 전 마지막 유세를 펼칠 계획이다.

전국이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부천역 주변에는 유권자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홍 후보가 도착하기 전, 한국당 경기도 관계자들이 시민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상가 건물로 둘러싸인 부천역 광장에는 쩌렁쩌렁한 마이크 소리가 가득하다.

유세 무대로 조금 더 다가서자 지지 성향은 좀더 뚜렷해진다. 서울에서 왔다는 중년 여성은 자신을 서울시당 소속이라고 했다. 전날 유세 일정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시간에 맞춰 부천역에 나왔다고 했다.

“지금 보세요. 북한은 계속 핵실험하고 미사일도 쏘고 그러잖아요. 상황이 이러니까 ‘안보’로 뽑아야지요 안그래요? 문재인은…안돼 안돼.”

그녀는 애초 반기문 지지자였다고 했다. 이후 황교안 총리를 지지했고, 지금은 홍준표 후보가 당선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녀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커다란 환호가 들렸다. 홍 후보가 부천역에 도착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년 여성은 “홍준표”와 “대통령”을 외치는 무리 속으로 서둘러 사라진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60대 남성은 “안철수(후보)는 사람은 똑똑하고 좋아 보이지만 자기 주관이 약하고 주변 인물이 별로”라며 선을 그엇다. 나름의 의견이지만 대체로 그런 평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는 “문재인 후보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눈을 '꼭' 감고 손사레를 쳤다.

▲선거일을 앞둔 마지막 주말. 홍 후보는 경기도 고양시와 부천, 시흥 등 수도권 거점 유세에 나섰다. 이날 홍 후보는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특히 강조했다. (연합뉴스)

그러는 사이, 홍준표 후보가 지지자들의 뜨거운 환영과 박수소리를 힘겹게 뚫고 무대 위로 올라선다. 그의 앞에는 어느 틈엔가 당의 상징인 빨간색 점퍼를 입은 수백여 명의 지지자들이 몰려 들었다. 이들은 “홍준표, 홍준표”와 “대통령, 대통령”을 외치고 있다. 무대 앞 곳곳에는 태극기도 보였다.

홍 후보는 여느 거점 유세와 마찬가지로 “좌파”라는 단어로 입을 열었다. 막판 보수층 결집에 이만한 무기도 없겠다 싶다. 보수와 진보를 갈라내는데 사활을 건만큼 공약보다 이념이 앞세우는 형국이다.

선거 초반부터 홍준표 후보는 '서민 대통령'을 내세웠다. 이날 부천역 유세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밑바닥에서 고생해본 사람이 서민의 마음을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지금 대통령 후보 가운데 경비원 아들 있는가. 없다. 전부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부모 잘 만나서 국회의원하고 대통령하려고 하는 사람이다"며 "내 아버지는 무학이다. 학교를 가보지 않았고 막노동으로 평생 살았다. 내 엄마는 까막눈이다. 글을 모른다. 그런 부모를 둔 사람도 바르게 살고 열심히 노력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홍준표 후보의 부천역 광장 유세는 30분을 넘기지 않았다. 평소 주말이면 젊은이들이 가득했을 법한 곳을, 오늘 만큼은 중장년층이 점령했다. 홍 후보가 떠난 자리에도 일부 지지자들은 남아 있었다.

마치 '홍준표의 여운'을 좀더 누리는 듯했다.

▲홍 후보가 유세를 기다리며 역광장으로 하나둘 지지자들이 모이고 있다.

근처 커피전문점에 있던 28세 황희연 씨 자매는 홍 후보의 유세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 씨는 “조금 전에 들어보니까 부천 굴포천을 공사해서 여기(부천)를 항구도시로 만든다 하데요? 근데 굴포천에는 가보기나 했는지 몰라…, 설마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어요?”

조금 전까지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던 중장년층과 뚜렷하게 대비된 모습이다.

근처 숙박업소에 물건을 납품한다는 양 모(37)씨는 일주일 전 안철수 후보의 부천역 유세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안 후보 유세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했다. 그런데 이날 홍 후보 지지자들이 훨씬 열광적이었다고 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막판으로 이어지는 선거 판세와 다르지 않았다.

"지난주 안철수(후보)가 여기 왔었거든요. 그때는 지금보다 사람이 3~4배 더 많았어요. 그런데, 오늘 홍준표(후보) 보러온 사람들 보니까. 안철수 때보다 광적이네요. 나이 많으신 분들이 대부분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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