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결국 IBM을 단념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IBM의 주가는 전날보다 2.51%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장중에는 3.8% 떨어져 153달러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대주주인 버핏이 IBM 지분의 3분의 1을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버핏은 이날 미 경제전문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IBM 주가가 주당 180달러를 돌파했을 때부터 매도를 시작했다며 IBM 지분의 3분의 1을 팔았다고 밝혔다. 그는 “IBM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던 6년 전처럼 평가하지 않는다. 약간 내리막길인 것으로 다시 평가했다”며 IBM 주식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IBM은 올 1분기(1~3월)까지 20개 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버핏은 “옛날에 그들(IBM)이 어떤 전망을 했고, 사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구상이었는지를 생각해볼 때, 그들은 강적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IBM은 크고 강한 회사이지만, 경쟁 상대도 똑같이 강력하다”고 장래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는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주주들을 의식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버핏은 지난해 말 현재 8100만 주의 IBM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올해 들어 주가가 180달러선에 닿았을 때 팔았다고 한다.
IBM은 2017년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181억5500만 달러, 순이익은 13% 감소한 17억5000만 달러였다. 저렴한 비용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의 보급이 역풍이 돼, 수익원이었던 메인 프레임과 비싼 소프트웨어 등의 판매 감소가 계속된 영향이다.
“잘 모르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며 IT 주식을 기피해온 버핏이 IBM 주식을 처음 산 건 2011년 3월. 같은 해 11월에 IBM에 대한 투자를 밝히자 시장에선 놀라움이 번졌다. 당시 버핏은 “2011년에 가장 매력적인 투자 기회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버핏이 6년 만에 IBM 주식을 매각하는 건 “크고 강한 회사이지만 경쟁 상대도 똑같이 강력하다”는 이유에서다. IBM이 성장 분야로 집중하는 클라우드 사업은 아마존닷컴과 구글도 참여하고 있다.
IBM 주식 매각 등으로 버크셔의 수중 자금은 900억 달러로 늘었다. 버핏은 이전에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멋진 사업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최근 아마존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매수 적기를 놓쳤다고 할 수 있지만 버핏이 IBM에 투자를 결정했을 때도 IBM 주가는 사상 최고치권이었다. 아마존의 핵심 사업은 온라인 쇼핑몰로 버핏도 많이 보유한 소매업에 속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버핏이 아마존에 투자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