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는 자와 줄 세우는 자…글로벌 무역질서 다시 세우는 트럼프

입력 2017-04-24 08:23수정 2017-04-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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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연차총회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공격 차단에 성공…미국 상무장관 “EU, 중국·일본과 FTA 경쟁해야”

▲스티븐 므누신(오른쪽) 미국 재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IMF·WB 춘계 연차총회 중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미국 경제를 논의하는 대담회를 갖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글로벌 무역질서를 다시 세우고 있다. 전 세계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전혀 견제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과 일본, 유럽 등 핵심 무역파트너들로하여금 줄을 세우는 등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춘계 연차총회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공격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주말 연차총회가 끝나고 나온 성명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비판적 언급이 삭제된 것이다. 이는 IMF가 지난해 10월 총회 성명에서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대조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연차총회에서 IMF 측에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 등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 무역불균형을 고쳐야 한다”고 압박했다. IMF 연차총회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에 전혀 제동을 걸지 못한 셈이다.

트럼프 무역정책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양자 무역협정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EU는 중국, 일본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에 성의를 보이는 쪽이 먼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로스 장관은 24일 워싱턴에서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만나 FTA 성격의 범대서양투자무역동반자협정(TTIP) 논의를 어떻게 진전시킬지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TTIP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3년 논의가 시작됐으나 EU 내 강한 정치적 반대와 지난해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

당초 트럼프 정부는 EU 각 회원국과 별도의 양자 FTA를 추진하고 있었으나 태도를 바꾼 것이다. 로스 장관은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는 탈퇴했지만 TTIP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확실히 우리는 유럽과 무엇인가를 할 필요는 있다. EU가 멕시코와 FTA를 맺어 멕시코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관세가 없지만 미국산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로스 장관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외 미국 무역적자의 가장 큰 세 원천은 중국과 일본, 유럽”이라며 “이에 유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논리적”이라고 강조했다.

EU와의 TTIP 협상 초점이 무역확대가 아니라 미국 무역적자 축소에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킨 것이다. 로스 장관은 “미국 무역정책의 첫 번째 과제는 NAFTA 재협상”이라며 “아울러 우리는 신속한 승리를 원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EU 중에서 누가 과연 이를 제공할지 평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미·일 경제대화에서도 양국 FTA 체결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중국은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무역균형을 잡기 위한 ‘100일 계획’ 방안 도출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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