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욱 정치경제부 기자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정치는 신념(信念)’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제 자리에서 신념을 지킨다면 때가 되면 재기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최근 바른정당의 시계는 도통 맞질 않는다. 아예 시곗바늘이 뒤로 움직인다. 유승민 대선 후보자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A 의원은 ‘후보자 사퇴’를 언급했다. A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선거용지 인쇄 직전인 29일 의원총회를 열어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유 후보의 사퇴를 건의해야 하고, 사퇴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바른정당 의원들이 안철수 후보 지지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B 의원은 당내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공공연히 사석에서 자유한국당과 ‘원샷 경선’을 통한 후보 단일화를 주장해 왔다.
시계를 지난해 12월로 되돌려 보자. 당시 김무성, 유승민 등 새누리당을 탈당한 29명의 의원들은 아침부터 의원회관 한구석에 모여 신당(新黨) 창당을 논의했다. 어느 날은 고성이 회의실 밖으로 흘러나왔고, 또 어느 날은 웃음소리가 회의실 밖으로 퍼졌다. 그렇게 한 달의 산통을 겪고 바른정당은 창당됐다. A와 B 의원은 창당 선언 기자회견 사진 속에 나란히 서 있다.
바른정당에 고집이 필요한 시간이다. 신념을 풀어 쓰자면 ‘굳게 믿는 마음’이다. 마음은 바뀌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집은 바뀌지 않는다. 정치공학적인 접근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되느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당의 운명이 바뀔 것이라 걱정하며 계산기만 두드려서는 안 된다. 이는 넉 달 전, ‘보수 혁명’을 외치며 거친 들판(野)으로 나온 그들 스스로를 부정하는 일이다. 이제 잠시 흔들렸던 믿음을 다잡을 때이다. 자신을 못 믿는 정당을 지지할 국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