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앞두고 영국과의 관계 청산에 이미 돌입했다.
수십억 유로의 계약권에서 영국 기업들을 조직적으로 배제하고, 다국적 기업들에는 영국 대신 나머지 27개 EU 회원국으로 본사를 옮기라고 촉구하는 등 EU 내부 브렉시트 지침서를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유럽집행위원회(EC) 내부문건에 따르면 소속 직원들에게 2019년 전까지 영국과 관련해 “불필요한 추가적 문제”를 피할 것을 지시했다. 2019년은 브렉시트 협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사실상 영국과의 탈퇴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영국이 유럽을 아직 떠나지 않았지만 행정적으로 거리두기에 나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FT는 지적했다.
FT가 입수한 해당 문건에는 알렉산더 이탤리아너 EC 사무총장은 물론 마틴 셀마이르 EC 대변인, EU 측 브렉시트 협상대표인 미셸 바르니에의 서명이 담겼으며 EU 내부 고위인사들이 이 문건을 회람했다. FT는 법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EC는 2년 내 영국이 “제3국”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해 모든 활동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를 들어 연구 프로젝트나 서비스와 관련한 수십억 규모의 계약 발주나 EU 직원 파견 등에 대해 영국을 배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해당 문건에서 EC는 직원들이 영국 민간 분야의 기업들이 브렉시트의 “법적 반향”에 대비하고 기업들이 EU 역내 사무실을 세워 영업허가 지위를 유지토록 촉구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브렉시트 당일 즉각 각종 데이터에 있어서 민감한 내용에 대해 영국을 분리시킬 준비도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브렉시트 협상이 실패로 끝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지 못한 채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무질서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는 내용도 담겼다. EC는 “(영국과 EU)의 미래 관계 정립이 확실하지 않다면 EC와 역내 EU 지사는 EU 본사가 통제하는 비공식적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영국의 실질적 접근을 차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개시를 뜻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 EU 측에 공식 탈퇴를 통보했다. 영국이 탈퇴를 통보한 지 일주일 후 EC는 탈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영국이 공식 회원국으로서 법적 권리와 의무를 유지하지만 EU 역내에서 영향력은 물론 금전적 손실이 어떻게 즉각 발생하게 될 것임을 언급했다.
한편 EC는 이날 실질적인 브렉시트 협상은 오는 6월 8일 영국 조기총선 이후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메이 총리는 자국 내에서 브렉시트 반대세력을 무력화하고 ‘하드 브렉시트’ 구심력을 높이고자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