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임단협 상견례 연기… 기아차 노조, 비정규직 지회 분리 갈등
지난해 3조 원의 상흔을 남겼던 현대자동차 노사(勞使)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아차는 노노(勞勞) 갈등으로 내홍을 앓고 있다. 하반기 ‘코나’, ‘스팅어’ 등 신차 효과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 올리려고 했던 825만대 판매 계획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일 예정돼 있던 임단협 상견례를 연기했다. 지난 11일에 이어 두 번째다. 상견례를 거부한 건 사측이다. 현대·기아·현대모비스 등 그룹사 노조가 다 함께 참여하는 공동교섭을 문제 삼으며 상견례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회사별 경영환경 달라 한 자리서 논의할 수 없다는 이유다. 노동부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은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사항이 또다시 단체협상안에 올라온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노조 측 입장도 완강하다. 단체교섭에서 충분히 논의하면 될 사안이라며 오히려 사측이 파행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반기 판매량 확대와 노조 위원장 선거를 감안해 임단협을 한 달이나 앞당겨 시작했지만, 정작 주요 쟁점인 정년 연장과 고용 보장 논의는 시작도 못 하고 절차 때문에 노사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앞서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7.18% 인상(15만4883원) △작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우리사주포함) △주간 연속 2교대제 △정년연장 △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아우’ 기아차는 노노 갈등을 겪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조만간 조합원 총회를 열고 비정규직 지회를 분리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기아차지부 정규직 조합원은 2만8000여 명, 비정규직 조합원은 2800여 명이다. 기아차 사내하청 노조는 2005년 금속노조 경기지부 지회로 설립된 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 강화를 위해 2008년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소속 분회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당사자인 사내하청 조합원들은 “귀족노조가 비정규직 목소리를 무시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집안 싸움’은 갈 길 먼 현대·기아차에 그야말로 골칫거리다. 노사-노노 갈등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차 출시에 차질이 생겨 올해 목표 판매량 825만대를 못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오는 7월 소형 SUV ‘코나’를 출시하고 내수 점유율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기아차는 다음 달 ‘스팅어’에 이어 하반기 ‘스토닉’을 내놓고, 제네시스는 중형세단 ‘G70’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을 예년보다 한 달이나 일찍 시작했지만, 노조 요구안을 볼 때 쉽게 협상이 이뤄지기는 힘들다”며 “장미 대선과 맞물려 정년연장·임금피크제 폐지에 대한 노조 측 목소리가 더 커질 경우 현대차 노사 갈등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