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연준 의장 연임은 트럼프에 달렸다?

입력 2017-04-1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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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관연 연임할 것인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옐런 의장에 대해 재지명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동안은 트럼프가 옐런을 재지명할 것인지 여부에만 관심을 쏟았지만 사실은 옐런 의장 본인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WSJ 전 칼럼니스트이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허친스재정통화정책센터 소장인 데이비드 웨셀은 최근 WSJ 사설에서 이런 의문을 던졌다.

“트럼프가 옐런을 재지명하고 싶다면 그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리고 재지명된 경우, 옐런은 수락할까?”

▲재닛 옐런.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WSJ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2월로 예정된 옐런의 임기가 완전히 끝나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옐런을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했다. 옐런의 연임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옐런 의장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를 돕고자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옐런의 임기가 끝나면 다른 인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또 연준의 저금리 정책이 오히려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인다며 “틀린 정책”이라고 단언까지 했다.

그랬던 트럼프가 180도 입장을 바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저금리 정책을 좋아한다”고까지 말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옐런의 재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사실상 연준의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옐런의 완화적 금융정책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감세나 인프라 투자 정책 모두 정부의 재정 확보가 중요한데, 저금리에 자금을 확보하고 인플레이션 급등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완화 기조가 필요하다. 옐런과 정 반대의 매파 성향의 새 인물이 연준 의장이 되면 트럼프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미다. 웨셀은 트럼프의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긴 어렵지만 누군가 트럼프에게 이런 식으로 조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다음 의장은 금리 인상의 규모와 속도를 결정하게 되는데, 2018년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을 감안해 트럼프과 공화당 의원들이 옐런 식 수위 조절을 옹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트럼프가 옐런을 재지명은 하는 건 또다른 배신 행위다.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옐런에 대한 평가가 확실히 좋기 않기 때문이다. 2014년 옐런의 연준 의장 인준안 가결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26명은 모두 공화당 의원이었다. 당시 투표 결과는 찬성 56표, 반대 26표로 최종 인준안 가결, 옐런은 벤 버냉키의 뒤를 이어 미국 중앙은행 역사상 첫 여성 의장이 됐다. 공화당은 옐런이 연임되면 백악관과 더욱 거리가 생기고, 금융규제 개혁법, 이른바 도드-프랭크법 철폐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 게 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옐런의 연임에 반대하는 의원이 거의 없다. 다만 옐런의 통화정책이 경제에는 긍정적이지만 2018년과 2020년 대선을 다투는 민주당 후보에게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옐런의 연임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재지명을 과연 옐런이 받아들이냐는 것이다. 옐런의 나이는 현재 70세인데다 20년이나 경제 정책에 관한 일을 해왔다. 연준 의장의 임무는 소모적인 중노동이다. 회의, 청문회, 기자 회견 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옐런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 3명의 빈자리를 자기 사람들로 메꾸면 옐런의 정책 운영도 어려워진다. 심지어 대립할 수 있다. 또한 현재 부의장은 스탠리 피셔 한 명이지만 그가 내년 6월 퇴임하고나서 2명의 공석을 트럼프 쪽 사람들로 채우면 옐런은 혼자가 된다.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옐런이 유임한다면 그 이유는 몇 가지 있다. 당연히 두 번째 임기를 맡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또한 연준이 정권 정당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선례가 된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도 벤 버냉키 전 의장도 1기째에 지명한 정당과 재지명한 정당은 달랐다. 옐런의 임기 만료까지는 앞으로 10개월 가량 남았다. 그때까지 트럼프의 생각이 다시 바뀔 수도 있다. 옐런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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