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ㆍ安 ‘통신비 할인’ 공약에… 이통사 뿔 났다

입력 2017-04-1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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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주장, 기본료 폐지 공략은 업계 특성 무시

대선 판세를 양분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일제히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일단 이동통신사들은 대선 후보의 공약인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일부 통신비 인하 정책이 실효성이 없는 포퓰리즘적 발언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11일 문재인 후보는 기본료 폐지를 골자로 하는 8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내놨다. △기본료 폐지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 도입 △주파수 경매에 통신비 인하 계획 추가 △데이터 이월 등 데이터요금 할인상품 확대 △공공시설 와이파이 의무화 도입 △한중일 로밍요금 폐지 추진 △취약계층 무료 인터넷 지원 등이다. 안 후보도 이르면 오늘 통신비를 큰 폭으로 낮추는 공약을 내놓을 예정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해 통신 업계에서는 공공와이파이 설치 의무화나 취약계층을 위한 무선인터넷 요금제 등을 빼곤 현실성이 없는 ‘정책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문 후보의 전 국민의 이동통신 요금 1만1000원을 인하해주겠다는 ‘통신 기본료 폐지’는 통신 업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내놓은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통신요금은 가입비, 기본료, 정액요금 등 고정수익과 이용자의 사용량에 따른 통화료(음성데이터), 기타(부가서비스 등)로 구성된다. 2G나 3G 요금제의 경우 ‘기본료+통화료’로 구성되는 표준요금제가 일부 남아 있지만, 국민 10명 중 7명이 사용하는 LTE 요금제(데이터 요금제)는 기본료 자체가 없다. 즉, 1만1000원의 기본료 폐지의 실제 대상은 전체 이통 가입자가 아닌 2G나 3G 고객에 한정된다는 것. 만약 이를 무시하고 LTE 가입자를 포함해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1만1000원의 기본료 폐지를 적용하면 연간 8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 감소해 이통사들은 적자전환하게 된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2G3G 가입자는 소수이고 앞으로 4G(LTE), 5G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기본료 폐지는 의미가 없는 정책”이라며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표심을 얻기 위한 통신비 인하 공약인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4차산업 혁명이 도래하고 있는 미래기술 분야에서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을 이끌어 가는 기술은 이통사가 개발 중인 5G가 될 것”이라며 “5G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통신비 인하를 언급하는 게 지금 상황에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남은 데이터를 이월하는 내용의 데이터 요금 할인 상품 확대 공약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이통 3사는 데이터 선물하기(SKT), 데이터 밀당(KT) 등의 상품을 운영 중이다. 이미 있는 제도를 마치 없는 것처럼 대선을 위해 언급하는 것은 통신 업계의 전반적인 이해 없이 오로지 정치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파수 경매 제도 변화에 대해서도 이통사들은 할 말이 많다. 문 후보는 주파수 경매 제도 보완을 통해 통신비 인하 성과와 계획 항목을 추가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주파수 할당 제도를 경매제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 주장은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으로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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