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업 주력업종 시설투자 금액 늘려…‘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사업 투자도 박차
삼성, 현대차,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지난달 말 2017년도 정기주주총회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약속했다. 최순실 사태라는 긴 터널은 끝났지만, 나라 안팎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다짐이다.
10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총 51조6000억여 원을 자체 R&D에 투자할 계획이다. R&D 투자비 총액은 2014년 50조6113억 원에서 2015년 49조5002억 원으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50조3717억 원에 이어 올해는 51조6175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기업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 비율은 2014년 3.01%에서 2015년 2.93%, 지난해 2.82%를 거쳐 올해는 2.74%로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유형에 따른 R&D 투자를 살펴보면 대기업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34조 원,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3.6%와 3.2% 증가한 5조5000억 원과 12조 원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기업의 연구원 신규 채용은 80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럴 경우 기업 전체 연구원은 지난해 33만2000여 명에서 올해 34만여 명으로 2.4%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4차 산업 R&D에 12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신산업 관련 실증연구에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전자 IT 업체들이 최근 불황에도 불구하고 연구ㆍ개발(R&D)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주요 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애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4조7923억 원의 R&D 투자액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201조8667억 원) 대비 7.3%에 달한다. 최근 애플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2015년 10월~2016년 6월 말 기준)이 4.4%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하는 ‘유럽연합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에서도 2013~2015년 3년 연속으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R&D 투자를 가장 많이 한 기업에 2위에 올라 있다.
다만, 2014년 15조3255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삼성전자 R&D 투자는 2015년(14조8487억 원)에 이어 작년까지 2년 연속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R&D 투자는 가전이나 스마트폰 사업 투자 감소로 줄었지만 주력 업종인 반도체 투자는 오히려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작년 반도체 R&D 지출은 3조3000억원으로 2015년보다 11% 증가했다. 올해 역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 업종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설비투자 역시 늘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OLDD 설비 투자 금액은 10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투자액 9조8000억원과 비슷한 뭉칫돈이다. 지난 2012년부터 연간 시설투자액 4조~5조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갑절이나 많은 돈이 2년 연속 투입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매출 대비 R&D가 12.2%에 달한다. 애플 R&D 비중의 3배다. 작년 영업이익 3조2700억 원 가운데 64%를 R&D에 재투자한 셈이다. 올해는 시설투자에 6조96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경기도 이천의 차세대 D램 생산라인과 3D 낸드플래시 사업에 집중 투입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현재 호황이지만, 향후 가격이 떨어지고 수요가 부진할 경우에는 선도기술이 적용된 고부가가치 제품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작년 3조8792억 원을 R&D에 투자해 2015년(3조8098억 원)보다 694억 원 늘렸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작년 사상 처음 7%에 올라섰다. 올해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 전장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품질경영’을 앞세워 시설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계획 중인 전체 시설 투자규모는 3조5700억 원이다. 2조9878억 원을 집행한 지난해보다 19.7% 가량 투자를 늘어난 수치다. 특히 매년 3000억 원대 투자를 단행한 전장부품 사업 담당 VC사업부에는 5400억 원을 투입한다. 미래 먹거리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난해 5.4%의 매출 대비 R&D 투자액을 집행했던 LG디스플레 역시 올해 중소형 OLED 등 신사업에 꾸준히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