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분식회계’라는 거짓말

입력 2017-03-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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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천 기업금융부 기자

분식회계(粉飾會計). 현재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단어 중 하나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에 신규 자금 2조9000억 원을 더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원 방안을 두고 관련 기관, 투자자들과 정부의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제기한 소송금액은 14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대우조선이 제자리로 돌아갈 길은 요원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미 2015년 4조2000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경영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은 바 있다.

모든 시작은 분식회계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5조 원 이상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2010년부터 대우조선의 외부회계감사를 맡아온 안진은 1년간 업무정지(신규 감사계약 금지)로 업계 2위 자리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안진 소속 회계사 4명은 등록취소, 4명은 직무정지(최고 2년) 징계를 받을 전망이다.

안진회계법인은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도 매년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밝혀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회계 기준이 분식회계를 저지를 수 없을 정도로 명확했다면’,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사들이 업무에 충실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이미 관련 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여 회계법인들은 외부 감사를 더 철저하게 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와 기업이 정직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계는 시장 안에서의 약속이다. 특히 한국은 주로 국제회계기준을 따르는데, 국제회계기준은 큰 틀의 원칙만 정하고 세부사항은 알아서 하는 ‘프린시플 베이스’를 바탕으로 한다. 기업의 신뢰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유혹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경영인들이 ‘정직한 운영’이라는 기본적인 마음을 되새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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