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기후변화협약 유지해달라”…엑손모빌이 트럼프에 서한 보낸 이유는?

입력 2017-03-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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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손모빌의 몬태나주 빌링지역에 있는 정유공장. 사진=AP뉴시스

미국 최대 정유사 엑손모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파리기후변화협약 유지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 에너지·환경 특별 보좌관 측에 서한을 보내 “파리기후변화협약은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체제”라면서 협약유지를 촉구했다. 서한이 보낸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변화 대응책인 청정환경계획(Clean Power Plan) 폐지하는 행정명령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알려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환경보호청(EPA) 본부를 방문해 광산 노동자들이 보는 앞에서 주요 탄소 배출 규제를 해제하는 이른바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석탄관련 일자리 감소를 해소하고 해외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러한 환경규제 없이도 깨끗한 식수와 청정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난 2015년 말 세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맺은 국제 협약이다.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중국과 미국을 포함해 총 195개국이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미국에 불공평하다면서 주장했으며 취임 후 100일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에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내용은 없었으나 트럼프 행정부 측은 파리기후변화협약 참여 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엑손모빌은 서한에서 파리기후협약체제가 천연가스 수요 증가의 기회가 될 수 있고 이를 통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며 협약 유지 필요성을 설명했다. 천연가스는 연소 시 석탄에 비해 탄소배출이 적어 석탄에너지 대신 사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을 중심으로 일부 다국적 원유업체들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지하고 있다. 즉 정유사에게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무조건 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엑손모빌의 환경정책·계획 책임자인 피터 트레렌버그는 서한에서 “미국이 기후변화협약의 한 구성원으로 남아 공평한 경쟁의 장을 유지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도 최대한 자유롭게 경쟁 분위기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적었다. 그는 또 “석유, 가스 및 석유 화학 등 혁신적인 민간산업과 풍부한 천연가스 매장량 덕에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 체제 내에서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트럼프 정권에서 새 EPA 청장으로 임명된 스콧 프루이트는 지난 주말 ABC뉴스에 출연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나쁜 거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엑손모빌 출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파리기후변화협약 유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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