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 스캔들’ 속 유럽 순방 나선 아베...메르켈과 의기투합해 트럼프에 한 방

입력 2017-03-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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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9일(현지시간) 하노버에서 열리고 있는 CeBIT에서 만나 얼싸안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하노버/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 스캔들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불편한 와중에도 굳이 유럽 주요국 순방길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참석하는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자유무역 문제에서 유럽연합(EU)과 긴밀한 연계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새벽 첫 방문국인 독일에 도착한 아베 총리는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정보 통신 관련 산업 박람회 CeBIT에 참석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시찰했다. CeBIT 개막행사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호소하고, 일본과 EU 간 경제동반자협정(EPA)의 조기 체결을 목표로 할 생각을 나타냈다.

주목할 건 아베 총리와 메르켈 총리가 미국 정부를 특별히 지목하진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적 성향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메르켈 총리는 “자유무역, 열린 국경, 민주적 가치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에 일본과 독일이 이 점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혜택이 되는 형태로 미래를 만들려는 것은 좋은 징조”라고 말하고, “독일은 주요 20개국(G20) 회의 의장국으로서 이러한 원칙에 특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독일은 자유무역과 개방된 시장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EU와 일본이 조기에 EPA에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 발언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일본이 자유무역 협정을 기대한다고 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독일은 그 견인차가 되고 싶다”고 역설했다.

아베 총리와 메르켈 총리의 이같은 자유무역 옹호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과의 회동한 뒤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6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6일,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면담했다. 또한 17~18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최근 몇년 간 공동 선언문에 담았던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을 배격한다’는 내용을 미국의 반대로 담지 못했다. 이는 G20 회원국들로하여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독선으로 인해 세계의 자유무역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이어 5월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보호주의적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이외 국가들끼리 연대해야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 것이다.

특히 아베 총리는 부인 아키에 여사의 비리 사학 연루 스캔들로 인해 지지율이 한달 새에 10%포인트나 급락한 상황. 요미우리신문의 최근 조사(18~19일)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56%로 지난달(17~19일) 조사 때에 비해 10%P 하락했다. 산케이신문과 FNN이 18~19일 실시한 합동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57.4%로 지난달보다 1,4%포인트 낮아졌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경협과 골프 회동 등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음에도 트럼프 정부로부터 환율 문제와 무역 불공정 등의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아베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와 친밀을 관계를 유지하면서 EU 쪽과도 연대를 강화하려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20일 첫 방문국 독일을 시작으로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를 차례로 방문한 뒤 22일 오후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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