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정몽구’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막 올랐다

입력 2017-03-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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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의선 부자 사내이사 재선임…승계 본격화 전망

정몽구-정의선 부자(父子)가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면서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오전 현대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정몽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역시 현대모비스 사내이사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 민주화 법안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며 “오너 일가의 현대글로비스 보호예수기간도 지난달 종료돼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순환출자로 이뤄져 있다. 정 회장의 아들인 정 부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으려면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모비스를 지배해야 한다. 하지만, 직접 지분 매입에는 수조 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이 현실적인 걸림돌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23.3%)과 기아차가 가지고 있는 모비스 지분(16.9%)을 맞교환(스와프)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기아차와 모비스 간 연결고리가 끊어지기 때문에 순환출자가 해소되고 정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강화된다. 게다가 정 회장이 정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이 아닌 단순한 지분 맞교환이기 때문에 이사회만 통과하면 된다.

문제는 두 회사의 지분가치 차이가 3조 원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이 최순실 사태와 얽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같은 방식의 모비스 인적분할(홀딩스와 사업회사)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만약, 홀딩스 3·사업회사 7로 모비스를 인적 분할한다면 기아차는 △모비스 홀딩스 지분 16.9% △모비스 사업회사 지분 16.9%를 똑같이 보유하게 된다.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될 뿐만 아니라 정 부회장은 1조 원 안팎의 자금만 있으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모비스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국회서 ‘자사주의 마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이 3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이 2.2%밖에 되지 않는 만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성처럼 벌처펀드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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