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정계, 채권단이 매물로 나온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지분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파산 위기에 내몰린 도시바의 해외 매각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가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민관 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가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인수전에 참여해 소수 지분을 사들이는 파트너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INCJ가 인수 후보 기업과 컨소시엄을 형성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컨소시엄 구성 방안은 여전히 검토 단계에 있으며 컨소시엄 구성 파트너사 역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차 입찰 마감이 오는 29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컨소시엄 구상 여부는 늦어도 이달 말 안에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세계 최고 기술과 인재가 집약된 반도체 사업을 국가 핵심 기술 산업으로 보고 있다. 이에 도시바가 중국과 같은 경쟁국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반도체 핵심 기술과 인재까지 넘어간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 등 국익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전날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기술은 국가 안보와 관련이 있어 이를 염두에 두고 인수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SK하이닉스와 홍하이정밀공업, 웨스턴디지털, 글로벌 헤지펀드 등이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 기업의 인수를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을 실리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안 성사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본 정부가 도시바라는 부실회사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2년 INCJ를 통해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어 미국 사모펀드 KKR의 인수를 차단한 바 있다. 도시바는 지난 14일 실적 발표를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연기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블룸버그통신은 실적 발표를 재차 미루면서 도쿄증시에서 상장이 폐지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