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게리 알레하노 필리핀 야당 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의원 목록을 하원에 제출했다.
알레하노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헌법을 위배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비판하며 탄핵을 주장했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바오 시장 시절,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암살단을 운영하고 자산 일부를 빠뜨린 채 신고한 것을 포함해 헌법 위반, 뇌물 수수, 부패 등을 이유로 탄핵돼야 한다”면서 “(탄핵 청원은) 필리핀 국민이 권력에 대항해 말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 후 필리핀에서 마약 퇴치 운동이 전개되면서 80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중 경찰의 공습과 함정수사로 사망한 사람은 2500명에 이른다. 이로 인해 인권 경시에 대한 비판이 필리핀 안팎에서 커지고 있지만 정작 필리핀 정부는 마약을 둘러싼 수 천 건의 의문사에 대한 개입설에 대해 부인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번 탄핵안은 지난해 6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지 9개월 만에 최초로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이 나온 지 일주일도 안돼 필리핀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은 작다고 FT는 전했다. 두테르테 지지자들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데다 필리핀 여론도 두테르테에 상당히 우호적이기 때문. 알레하노 의원 역시 “우리는 이것이 힘든 싸움이라는 것을 안다”면서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 문제 제기를 지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대통령궁 대변인은 “알레하노 의원은 두테르테 행정부에 대한 대중의 의혹을 키우려고 한다”며 “이번 탄핵 청원은 두테르테 행정부를 약화시키려는 반대 세력의 더 큰 음모의 일부분”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