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기본급 올랐지만 인상폭은 전년보다 작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대기업들의 미약한 임금인상에 타격을 받고 있다. 일손 부족에 시달릴 우려가 없는 일본 대기업들이 아베 총리의 요구에도 올해 기본급 일률인상(베이스업)폭을 지난해보다 작게 가져갔다고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매년 봄 노사간 임금협상을 벌이는 ‘춘투’가 열린다. 춘투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베이스업을 월 1300엔(약 1만3000원)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의 1500엔에서 낮아진 것이다. 다만 도요타는 자녀가 있는 직원에 한해서는 추가로 1100엔을 보충해주기로 했다.
닛산 노조는 올해 3000엔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북미시장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1500엔을 제시했다. 혼다는 지난해의 1100엔에서 1600엔으로 올렸다. 전자업계에서는 파나소닉이 지난해의 1500엔에서 1000엔으로 제시액을 낮췄다. 아직 춘투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협상에서 사측 제시액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본 대기업은 4년째 기본급을 올리고 있어 경제상황이 나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임금인상폭의 둔화는 소비지출에 도움이 되지 않아 일본은행(BOJ)의 인플레이션율 2% 목표 달성도 요원해진다고 FT는 지적했다.
일본 고용시장은 일손 부족 상황이 심각해 비정규직 임금은 대폭 인상되는 추세이지만 대기업의 임금인상 가속화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대기업들이 최소 지난해 수준만큼이라도 임금을 인상하기를 원했던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야스코우치 가타히로 일본 금속기계제조업노동자협회 부회장은 “대기업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통해 일손 부족에 대처하고 있다”며 “그러나 중소기업은 그럴 수 없어 임금인상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