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호황에도 ‘표정 엇갈린’ 반도체 CEO

입력 2017-03-14 10:15수정 2017-03-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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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부재 권오현 vs 오너 업은 박성욱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메모리반도체 업계 두 거물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의 최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반도체 슈퍼호황’ 덕분에 회사 실적은 함께 좋아지고 있지만, 한쪽은 ‘오너 부재’를 극복해야 하고, 다른 한쪽은 ‘오너 복귀’를 등에 업었다. 역할에서도 차이가 난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모든 현안을 챙겨야 하는 위치다. 반면 박성욱 부회장은 반도체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권오현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의 다양한 현안을 파악하고 경영 전략을 수립하느라 골몰하고 있다. 구속된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하고 삼성에서 부회장 직함을 가진 유일한 인사가 권 부회장이다. 특히 삼성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계열사 자율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역할이 더 커졌다. 주종목인 반도체뿐 아니라, 갤럭시S8의 성공적인 론칭도 권 부회장이 이끌어야 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로 단종 사태를 겪으면서 7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손해를 봤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인한 미국 가전 공장 건설을 비롯해 다양한 경영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반도체 투자 결정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계는 향후 4~5년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수적이다. 과거 반도체 불황기에도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호황기를 미리 대비했다. 수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는 총수의 결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권오현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최종 결단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예년과 달리 올해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지만 총수 부재로 인해 투자 및 경영전략 수립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이에 비해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태원 그룹 회장이란 든든한 지원군을 갖췄다. 최태원 회장은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경영권을 인수한 뒤 대규모 투자로 사업을 키워 왔다. 박 부회장이 지난 1월 300㎜ 웨이퍼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4위인 LG실트론을 인수한 데에도 최태원 회장의 조력이 큰 힘이 됐다고 전해진다.

박성욱 부회장은 최근 매물로 나온 일본 도시바 인수전에도 뛰어든 상황이다. 도시바를 인수한다면 낸드플래시 점유율을 현재 5위에서 단숨에 2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인수전의 판돈이 최대 20조 원 규모로 판이 커진 상황에서 오너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분석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조1010억 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6% 증가한 수치다. SK하이닉스는 2조20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91% 늘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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