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소기업, 알리바바 짝퉁에 몸살 앓아

입력 2017-03-0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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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가짜 제품 근절 프로그램 중소기업들이 사실상 이용하기 어려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의 마윈 회장은 자사 플랫폼이 미국 중소기업 100만 곳이 제품을 아시아 고객에게 판매해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많은 미국 중소기업은 알리바바에서 유통되는 막대한 짝퉁 제품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인디애나 주 출신의 예술가로 강아지를 주제로 한 콜라쥬 작품으로 유명한 미셸 켁은 알리바바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작품이 TV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하고 백화점에도 전시되고 있지만 한번도 알리바바 플랫폼에서 작품을 판매한 적이 없다. 그러나 알리바바의 온라인 장터인 타오바오에서는 그의 작품을 모사한 가짜가 진짜의 3%에 불과한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켁은 “알리바바가 관련 링크 수백 개를 제거했다고 밝혔지만 이내 더 많은 가짜 작품이 돌아다니고 있어 나의 시간을 낭비시키고 창의력에 지장을 주고 있다”며 “미국 중소기업이 짝퉁업자들이 자사의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훔칠 준비가 돼 있는 곳에 제품을 넣고 싶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12월 짝퉁 제품 성행을 이유로 타오바오를 5년 만에 다시 ‘악덕시장’ 리스트에 올렸다. 알리바바는 당시 짝퉁 근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결정에 반발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1년간 타오바오에서 3억8000만 개에 이르는 지적재산권 침해 제품이 목록에서 삭제됐으며 18만 개 입점 상점이 문을 닫았다. 알리바바는 또 1100개 이상의 브랜드에 대해서는 ‘신속한 가짜 제품 철회 프로세스’를 적용해 짝퉁 제품이 올라오더라도 평균 반나절 안에 목록에서 삭제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USTR은 “까다로운 규정으로 중소기업들이 사실상 알리바바의 이런 프로세스 혜택을 볼 수 없다”며 “예를 들어 타오바오에서 가짜 제품을 사라지게 하려면 해당 기업이 3개월간 100회 이상의 목록 삭제 요청서를 제출하고 이런 보고는 90%의 정확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베이와 아마존닷컴 등 다른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달리 알리바바는 보고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문제가 되는 제품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수일에서 수주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조사를 진행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알리바바는 짝퉁이라고 신고가 들어오는 건수의 약 4분의 1이 거짓으로 판명돼 이런 절차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베이와 아마존은 판매업체에 자신의 제품이 진품이라는 것을 입증할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알리바바의 어마어마한 거래 규모라고 WSJ는 강조했다. 지난해 알리바바의 중국 내 거래액은 4850억 달러(약 560조4175억 원)로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플로리다 주 소재 레진성형업체 키논서피스디자인은 “알리바바 사이트에서 모조품이 유통되면서 아시아 고급호텔과 레스토랑에 대한 우리의 사업이 붕괴했다”며 “알리바바에서 아무 것도 팔지 않을 것이다. 이 플랫폼에서 짝퉁을 근절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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