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SDI, 원포인트 인사 조직개편 자율경영 토대 구축… 비주력 계열사, 임금·복지 차별 ‘빈익빈 부익부’ 우려
삼성이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해체한 이후, 각 계열사들이 빠르게 스스로 살 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원포인트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제일기획은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발표했다. 삼성이 쇄신안 발표와 함께 천명한 계열사 자율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미전실 지원 없는 독자 경영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이들 주력 계열사와 비주력 계열사 간 온도차는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일 삼성에 따르면 각 계열사들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지난해 말부터 미뤄진 사장단 인사 및 조직개편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일부는 이재용 부회장이 미전실 해체를 공언한 직후부터 작업에 나섰고, 다른 계열사들도 미전실이 예상보다 빨리 해체되면서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일기획은 전날 영국 자회사 ‘아이리스(Iris)’를 통해 B2B 가격 전략 컨설팅 회사 ‘PSL(Pricing Solutions Limited)’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B2B(기업간 거래) 시장은 제일기획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부문이다.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은 “PSL은 제일기획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기존 고객에 대한 대행 역량을 강화하고 신규 비즈니스 확대를 가속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향후 B2B 마케팅은 물론 e-커머스, CRM(고객관계관리), 디지털 미디어 등 미래 서비스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한 관계자는 “제일기획의 이번 인수합병은 기존부터 진행해 온 사안이겠지만, 발표 시점이 미전실 해체 직후라는 점에서 계열사 자율경영 강화와 홀로 살아남기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제일기획은 김재열 사장이 이번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은 특검의 기소 대상에서 제외되며 한숨 돌린 상황이다.
같은 날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직속으로 글로벌 품질 혁신실을 신설하고, 삼성중공업 생산부문장인 김종호 사장을 실장으로 위촉했다. 이번 글로벌 품질혁신실 신설은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와 같은 초유의 사건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으로 해석된다.
미전실 해체를 발표한 지난달 28일 삼성SDI는 이사회를 열어 신임 사장으로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을 내정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향후 각 계열사는 필요한 부분에 원포인트 인사와 조직개편, 그리고 M&A 등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일부 주력 계열사를 제외한 다수 비주력 계열사들은 미전실 해체 이후 삼성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는 신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체제가 이뤄질 것이란 얘기가 나오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며 “오히려 계열사 간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계열사 관계자는 “이미 연봉을 비롯해 직원복지 등 근무 환경의 차이는 계열사 규모에 따라 차이가 컸다”며 “이번 쇄신안 시행으로 같은 삼성맨이라는 소속감도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