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영난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일본 도시바가 4월 1일자로 반도체 사업을 분사한다고 24일 발표했다.
도시바는 이날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핵심인 메모리 사업을 분사화해 매각할 방침을 결정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 사업에서 발생한 거액의 손실로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 새로운 회사 주식 50% 이상을 매각해 자기자본을 확충함으로써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낼 셈이다.
새로운 출범하는 회사 이름은 ‘도시바 메모리’로 정했다. 이 회사 주식에 대해서는 50% 이상 매각을 포함해 검토하고 내년 3월 끝나는 2017 회계연도 안에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도시바 메모리는 도시바의 기존 메모리 사업을 그대로 이어가게 된다. 새로운 회사의 사장은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수장인 나루케 야스오 부사장이 맡는다. 3월 30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미국 원전 건설 서비스업체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로 원전 사업에서 7125억 엔의 거액 손실이 발생하게 됐다. 이 때문에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메모리 사업을 분사하기로 1월 27일 발표하고 절차를 진행했다. 원래는 새 회사 지분 매각 규모를 20% 미만으로 정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50% 이상으로 대폭 늘렸다. 도시바 메모리에는 협력관계에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2개사가 출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 SK하이닉스와 전자기기 수탁제조서비스(EMS)에서 세계 최대인 대만 혼하이정밀공업도 출자 의향을 나타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에 따르면 도시바는 메모리 사업 매각에 대한 신용 불안을 잠재우시 위해 자금 확보를 최우선해 경영권에 구애받지 않을 생각이다. 일본 국내 공장과 고용을 유지한 후 일본 국내외의 여러 회사나 펀드에 매각할 방침이다. 메모리 사업의 기업 가치는 최대 2조 엔에 달한다고한다.
도시바의 자기자본은 이미 채무 초과에 빠져 있으며, 2016년 12월말 시점에 1912억 엔이었다. 내년 3월 말이면 1500억 엔 마이너스가 될 전망이다. 도쿄증권거래소 기준으로는 1부 상장 기업이 회계연도말에 채무 초과가 되면 2부로 강등된다.
한편 도시바는 미국 원전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논의하면서 WH에 대해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