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트럼프의 商道

입력 2017-02-23 10:48수정 2017-02-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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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국제부장

“맥도날드 매장이 있는 나라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

‘세계는 평평하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로 잘 알려진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내놓은 ‘국제분쟁을 방지하는 황금 아치 이론(Golden Arches Theory of Conflict Prevention)’이다. 어느 특정 국가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맥도날드 매장이 많이 들어설 수 있을 정도로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단계에 이르면 그 나라 사람들은 전쟁을 원치 않고, 오히려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려고 줄을 서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맥도날드를 통해 상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걸 알기에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레바논·요르단에 맥도날드 매장이 들어온 이후 이들 나라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렉서스’는 도요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이름이기도 하지만 세계화로 가는 글로벌 시장과 컴퓨터 기술을 의미하고, ‘올리브나무’는 지역이나 문화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전통을 가리킨다.

프리드먼이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건, 맥도날드뿐 아니라 국제적인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은 자재 조달에서부터 제조, 판매까지 여러 나라와 상호 의존하기 때문에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황폐화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대가 맥도날드 매장이 들어서 있던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폭격하면서 황금 아치 이론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이 이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정작 맥도날드의 고향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황금 아치 이론을 하찮게 여기는 것 같다. 가장 가까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인 캐나다, 멕시코에서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국인 일본, 호주 등지에 이르기까지 맥도날드 매장이 들어서 있든 말든 전쟁을 하고 싶어서 계속 시비를 걸고 있으니 말이다. 사업가 출신 대통령의 ‘상도(商道)’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사업을 배웠다. 그런 만큼 잇속 차리기에는 도가 튼 사람이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에스컬레이터식으로 명문 교육을 밟아온 정치 엘리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상대라는 이야기다.

그의 장사꾼 기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Mar a lago)’ 매입 과정에 관한 일화다. 마라라고는 얼마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머무르면서 더 잘 알려지게 된 곳이다.

원래 마라라고는 시리얼 업체 포스트의 상속녀였던 마요리에 메리웨서 포스트가 1920년대에 지은 호화 저택으로, 1973년 그가 세상을 떠나며 미 연방정부에 헌납했다. 그러나 유지비 부담이 너무 커서 연방정부가 2500만 달러에 매물로 내놨는데,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좀처럼 작자를 만나지 못했다. 그런 마라라고를 트럼프가 현금 800만 달러의 헐값에 손에 넣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마라라고 매입 과정을 ‘적당한 타이밍과 자신의 협상 능력’으로 미화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마라라고를 자신에게 넘기지 않으면 “주변 땅들을 전부 매입해 경관을 방해하는 건물들을 짓겠다”고 협박했고, 이에 굴복한 연방정부가 헐값에 넘겼다고 한다.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의 비열한 사업 원칙이 고스란히 반영된 일화다. 문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런 사업 원칙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취임 이후 발동한 행정명령들이 모두 그의 사업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자신의 황금 아치 이론을 설명하며 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중 일부를 인용했다. “사람은 격정에 휩싸이면 사악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행복해한다”고.

작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기내에서 맥도날드의 햄버거와 감자튀김으로 식사를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었다. 그의 표정은 아주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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