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무역 성장률 1.9%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미국 보호무역주의와 무역협정 탈퇴 리스크 지적
“정치적 불확실성이 글로벌 무역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은행(WB)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글로벌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주요 엔진인 무역이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그리고 WB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와 인프라 지출 확대, 규제 완화 등으로 미국이 세계 경제 성장세를 이끌 것이라며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WB는 이번 보고서에서 트럼프 시대에 무역의 부진한 성장세가 전 세계 경제회복에 장애물이 될 것임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트럼프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보호무역주의 확장과 무역협정 탈퇴 위협 등이 무역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미국으로 복귀시키려는 움직임이 생산성 향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최근 5년간 글로벌 무역 성장세는 역사적인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고 FT는 꼬집었다. WB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무역 성장률은 1.9%로, 금융위기 여파에 흔들렸던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WB는 “전반적인 경제성장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이 무역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며 “그러나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무역둔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런 불확실성이 2015년 무역성장률을 0.6%포인트, 작년은 0.8%포인트 각각 떨어뜨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WB는 최근 30년간 무역과 경제정책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이런 결론을 도출했으며 불확실성에 따른 무역 충격이 2017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보고서는 트럼프의 무역협정 탈퇴 움직임을 경계했다. 지난 1995~2014년 사이에 세계 무역성장률은 연평균 6.53%를 기록했는데 이 기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나 새 무역협정 체결 등이 없었다면 성장률이 4.76%에 그쳤을 것이라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