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적극적인 여가 생활을 해야만 하는 이유

입력 2017-02-2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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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생산적인 일로 시간을 보내는 활동들을 지칭하는 신조어인 ‘잉여활동’과 최근 이슈들을 연관 지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수많은 여성들의 핸드폰 배경화면을 공유로 갈아치우게 만든 tvN 드라마 ‘도깨비’. 절절한 멜로디의 OST는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아직까지도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내는 우리들은 수면잠옷을 입고 소파에 기대앉아, 상상력을 총동원해도 좀처럼 그려낼 수 없는 판타지에 몰입하고, 세상에서 가장 긴 기다림의 사랑에 애태우며 마무리한다.

위치 기반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고’의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휴대폰 속의 캐릭터들을 잡아모으는 이 게임의 인기 비결에는 증강현실이라는 신선한 게임 시스템도 있겠지만, 추억에 대한 향수와 반가움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눈 뜨면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생계를 위해 곤두세웠던 모든 감각을 내려놓고 비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대리만족을 위한 적극적인 잉여활동에 열광한다. 현실이 팍팍하고 사는 게 힘이 들수록 싫어도 깨닫게 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갈구해도 절대 가질 수 없는 현실이 있다는 점, 갖게 되더라도 수긍할 수 없는 이유로 잃는 절망이 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갖가지 욕망은 깊어만 간다는 점.

이 모든 이유로 상처받고, 휘청거리고, 인생에 두들겨 맞아 점점 표정이 없어지는 우리.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잉여활동에 흠뻑 빠져야 한다. 있을 법하지 않은 사랑, 기적, 희망, 추억을 찾아가는 잉여활동이 바로 우리가 일상을 놓아 버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은밀한 생명력이다. 비생산적인 도전은 문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거창한 도전이 아니더라도 당신이 숨 돌릴 틈을 잠깐이라도 제공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잉여활동의 가치와 의미는 충분하다.

그러니 막연한 것, 우리가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에 적극적으로 시간을 낭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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