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입찰 끝나는 4월 본격적 협상 전망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자회사인 미국 4위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와 경쟁사인 T모바일US 합병에 올인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다시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을 모색하고 있으며 심지어 경영권을 T모바일에 양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이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전파 주파수 대역 입찰 기간 경쟁사 간의 접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소프트뱅크는 T모바일 모회사인 독일 도이체텔레콤과 합병 협상을 시작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4월 입찰이 끝나면 양사는 바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미 친기업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고 대형 M&A에 우호적인 아짓 파이가 FCC 위원장에 오르면서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졌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4년 도이체텔레콤과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에 대략적으로 합의했으나 미국 반독점당국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눈물을 삼키고 물러났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로 들어서면서 다시 기회를 얻은 셈이다.
한 소식통은 “도이체텔레콤의 팀 회트게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수개월 간 T모바일에 계속 관여할 의향이 없다는 점을 밝혔다며 소프트뱅크가 잠재적으로 합병을 달성하고자 새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소프트뱅크는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며 “심지어 스프린트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하고 T모바일과의 합병 이후 새 회사에 대해서 소수 지분을 보유할 의향도 있다”고 전했다. 손정의 회장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애널리스트들에게 “우리는 매수할 가능성도 매각될 가능성도 있으며 합병이 가능할 수도, T-모바일을 인수할 수도 있다”며 다각도로 M&A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스프린트 지분 83%를 보유한 소프트뱅크는 미국시장 양대 산맥인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와 AT&T의 벽에 가로막혀 홀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에 좌절을 표시했다고 CNBC는 전했다. 애초에 손정의가 스프린트를 사들인 것도 이후 T모바일까지 품에 안아 미국 이통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굳히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스프린트는 T모바일 인수가 좌절되고 시장 순위도 3위에서 4위로 미끄러지는 등 그동안 고전해왔다.
전문가들은 미국 3, 4위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은 여전히 반독점 문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5세대(5G) 이동통신망 시대로 접어들면 당국이 양사 합병을 좀더 긍정적으로 인식할 여지가 생긴다. 이통사들이 현재보다 10~100배 빠른 속도의 5G로 통신망을 업그레이드하려면 수십억 달러의 돈이 들어간다.
한편 합병 추진 소식에 T모바일 주가가 이날 5.5%, 스프린트는 3.3% 각각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