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의 말로 ‘도시바’의 몰락

입력 2017-02-14 17:06수정 2017-02-1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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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발표 1개월 연기에 주가 8% 급락…원전사업 적자 여파로 본사 자기자본 잠식 직전까지 몰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도시바가 존망의 기로에 놓였다. 분식회계로 인한 후유증에 경영난은 물론, 당장 실적 발표까지 미룰 정도로 내부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가뜩이나 암울한 회사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14일(현지시간) 도시바는 원래 이날로 예정됐던 2016 회계연도 3분기(2016년 4~12월)까지의 실적 발표를 갑자기 1개월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WH)의 막대한 손실로 거액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 이날 도시바는 미국 원전사업 손실 7125억 엔(약 7조1486억 원)을 상각 처리한다며 이에 지난해 4~12월 최종 4999억 엔의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1912억 엔 마이너스(-)로 실질적으로 채무초과 상태에 빠졌다. 자기자본 잠식으로 사실상 파산 일보 직전 상태가 된 것이다.

이날 실적 발표를 미룬 결정적 이유는 WH가 원자력서비스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이 회계에 부적절한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탓이다. 2015년 분식회계 파문에 이어 자회사의 방만한 경영에 또 다른 윤리적 문제까지 터지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이다.

시장은 도시바의 실적 보고서를 통해 향후 전망을 가늠하려 했으나 실적 발표를 연기하면서 혼란만 가중됐다. 이날 도시바의 주가는 8% 폭락했고, 이 여파로 미국발 훈풍에 힘입어 오름세를 보이던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도 급락 반전해 결국 1.1% 하락으로 마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도시바의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시가 시게노리 도시바 회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15일자로 사임하기로 했다. 임원진 보수도 삭감하기로 했다.

당초 분사하려던 반도체메모리 사업을 아예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당초 도시바는 수익성이 좋은 반도체메모리 사업 지분을 20%만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실탄 마련이 시급해 입장을 바꿨다.

도시바의 위기로 국내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도시바의 반도체메모리 사업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SK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또한 도시바는 한국전력공사에 영국 원전 자회사인 뉴제너레이션(뉴젠)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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