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상법개정안, 득보다 실"… 해외 투기자본 놀이터 전락 '우려'

입력 2017-02-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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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상법개정안 통과될 경우 국내 대표 기업들이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상법개정안의 다섯 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을 통해 민주당이 제가한 상법개정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번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후보추천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될 이사’를 별도 주주총회에서 분리선임토록 하고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는 대주주가 아무리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어도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이는 현행 일괄선임제와 달리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선임하는 첫 단계부터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현행제도 보다 대주주 의결권제한의 효과가 강화된 법안이다.

한경연은 이에 대해 외국계 투기자본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투기자본은 일명‘지분쪼개기’로 3% 제한을 회피하며 모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대주주보다 주식을 적게 보유하고 있더라도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를 다수 선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소버린과 SK 경영권 분쟁 당시 SK주식 14.99%를 보유한 소버린은 지분을 5개로 쪼개 각 2.99%씩 보유하게 하고 모든 의결권을 행사한 반면 SK 최대 주주측은 의결권 행사를 3%밖에 할 수 없었다.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분리선임을 강제해 이러한 제한을 더욱 강화하려는 개정안은 주주의 이사선임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한경연은 집중투표제 의무화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 3개국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1940년대 22개주에서 집중투표제를 강제했었으나 기업사냥꾼들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부작용을 경험하면서 대부분 임의규정으로 전환했다고 한경연 측은 설명했다.

다중대표소송 역시 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이 75%를 넘고 있는 우리나라 지주회사 체제에 큰 위협이라는 지적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주회사를 선택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특정한 영업부분에 대한 주주의 영향력을 단절시키는데 있다”며 “다중대표소송에 의해 복수의 기업으로 구성된 그룹을 하나의 회사로 간주하는 것은 회사의 법인격을 무시하는 것으로 지주회사제도 자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사주 조합에게 사외이사 선임권을 주는 '근로자 이사제'는 특정 집단에 속하는 주주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으로서 회사법의 기본원칙인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한경연은 주장했다.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에는 있는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은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라며 “오히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를 도입해 투기자본의 경영권 개입만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상법개정안처럼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규제를 부과할 것이 아니라 개별 기업들이 내부통제시스템(준법지원제)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준법경영 및 준법문화 확산으로 기업체질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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