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정부청사와 보안손님

입력 2017-02-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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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차장

정부 청사를 출입하는 시스템이 엄격해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까다로운 출입 과정이 한층 더 철저해진 것인데요. 정부는 서울청사를 비롯해 세종과 과천, 대전 등 주요 청사의 출입 보안을 강화하고자 ‘얼굴인식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하고 시범 운영 중입니다.

4대 청사의 입주 공무원은 약 2만6000여 명. 출입기자와 업무상 출입이 필요한 용역 등 상시 출입자가 약 5500여 명입니다. 이들이 정부 청사를 새롭게 출입하려면 당연히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먼저 신분증은 ‘국외출국 결격사유’를 확인하기 위해 여권만 가능합니다. 제출해야 하는 사진 규격도 까다롭고 제출 서류도 많습니다. 이런 제출 서류를 챙겨 출입증을 신청하면 신원확인 과정을 거쳐 2 ~ 3주 뒤 출입증이 발급됩니다.

단순한 일회성 방문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정부과천청사는 별도의 안내동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 목적과 방문처를 밝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업무상 만나야 하는 해당 공무원이 안내동의 확인전화에 응답해야 방문증이 나옵니다. 이렇게 받은 방문증은 반드시 패용해야 청사 내에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청사 곳곳에서 경찰관이 방문증을 확인하기 때문이지요. 방문증이 있다고 부처의 업무동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는 없습니다. 부처 업무동 입구에서 관련 공무원이 마중을 나온 뒤 청사 방호관에게 출입을 확인하고 나서야 방문객이 업무동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좀 더 엄격해진 출입 시스템은 이 과정에 ‘얼굴인식 시스템’을 추가한 것인데요. 새 시스템에서는 출입 게이트에서 등록된 사진과 눈·코·입이나 안면 윤곽 등을 비교해 본인이라는 것이 확인돼야 출입할 수 있게 됩니다.

행자부는 2월 말까지 주요 청사 186대의 얼굴인식 단말기를 시험 운영하고 3월부터 정상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청사 보안은 지난해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서울청사에 무단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시작됐습니다. 보안을 위해서니 더 엄격해진다 해도 나무랄 수 없기는 합니다.

문제는 새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갖가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얼굴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단말기에 갖가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행자부는 얼굴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이유를 찾는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가동해 도출되는 문제점을 개선·보완할 방침입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같은 출입 시스템의 당위성입니다. 특히 단순 방문객은 이 같은 시스템이 더 불만인데요. 단순히 까다로워진 출입 시스템에 대한 불평만이 아닙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이제까지 들어보지도 못했던, 이른바 ‘보안손님’에 대한 충격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정부 청사가 이처럼 까다로운 출입 시스템을 준비하는 동안 청와대에는 보안손님이 존재했었으니까요.

역대 정권에서도 보안손님은 존재했었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드러난 비선의료 진료를 시작으로 주사 아줌마와 기치료 아줌마까지 등장하면서 ‘보안’이라는 명분이 사라졌습니다. 정부 스스로 무너트린 ‘보안의 중요성’이 언제쯤 당위성을 지닐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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