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 공식 발표 예정…도시바 회장·사장도 거액 손실 책임 지고 사임
일본 도시바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에서 철수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원전 사업 부진으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안게 된 도시바가 결국 발을 빼려는 것이다. 도시바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원전 건설 철수는 2월 중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도시바의 시가 시게노리 회장과 도시바인하우스에너지시스템스앤드솔류션 사장을 맡고 있는 대니 로데릭도 거액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할 계획이다.
도시바의 철수로 글로벌 원전사업의 미래도 일대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고 WSJ는 분석했다. 도시바는 원자력 건설사업의 강자가 되겠다는 목표로 적극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도시바는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의 신형 원자로 AP1000 개발에 베팅했다. 당초 AP1000은 기존 원전보다 건설하기가 쉽고 공기도 크게 단축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개발이 지연되면서 도시바는 재정적 위험에 빠졌다.
앞서 도시바는 지난해 12월 원전 사업에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상각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수치는 오는 14일 공개될 예정이나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그 손실 규모가 60억 달러(약 7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분식회계 스캔들에서 벗어나려던 찰나에 새로운 위기를 맞은 것이다.
도시바 고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가 원전 설계사업은 계속할 것”이라며 “또 미국 조지아 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건설하고 있는 원전 공사도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파리 소재 독립 원자력 전문가인 마이클 슈나이더는 “원전은 너무 크고 비싸며 무엇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효율성을 높이는데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원전 건설사업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태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 2006년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다. 조지아 주 전력업체 서던컴퍼니가 지난 2012년 30년 만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짓는 원전사업을 수주하고 이어서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로젝트도 따내면서 전망이 밝아보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태로 안전 기준이 더욱 엄격해지면서 프로젝트가 지연돼 눈덩이처럼 손실이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