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나바로, ‘强달러 손보기’ 손발 척척…독일·일본 상대로 환율전쟁 포문

입력 2017-02-01 08:48수정 2017-02-0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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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일본이 미국 바보 취급”…나바로 “독일, 저평가된 유로 악용 교역상대국 착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무역 책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강달러에 제동을 걸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제약업계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중국과 일본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은 외환시장에서 수년간 통화 약세를 유도하면서 미국을 바보로 보고 있다”며 “다른 나라는 통화공급과 통화 평가절하에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화가 오르는 현 상황도 일본의 통화 약세 유도가 원인”이라고 단정했다.

트럼프는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정책을 염두에 두고 이런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일본은 트럼프가 자국을 직접적으로 환율조작 주범으로 거론한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문은 트럼프가 중국 위안화 약세를 비판했지만 중국은 환율 개입이 일상화해 시장경제를 중시해온 일본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발행하는 미국의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통화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시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장 오는 10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가 일본의 통화정책을 거론해 BOJ의 디플레이션 탈피 시나리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 대해서는 나바로가 공격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유로화는 암묵적인 독일 마르크화나 마찬가지”라며 “독일은 지나치게 저평가된 유로화를 악용해 주요 교역상대국에 대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독일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협정 체결에 최대 장애물 중 하나”라며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이 원활하지 않은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저평가된 유로화를 기반으로 미국은 물론 EU 내 다른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며 “미국과 다른 EU 회원국들에 대한 독일의 구조적 무역 불균형은 EU 내부의 이질적 다양성을 보여준 것으로 TTIP는 양자 무역협정의 탈을 쓴 다자간 무역협정”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정권 이전에도 미국은 독일이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에 의존하는 대신 내수를 촉진해 경제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가 외교적 수사를 동원하는 등 비교적 온건하게 접근했지만 트럼프와 나바로는 EU 지도자, 특히 독일 총리를 길들이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FT는 평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스톡홀름에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항상 독립적인 유럽중앙은행(ECB)을 지원해왔다”며 “독일이 유로화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나바로의 주장에 반박했다.

트럼프와 나바로의 강달러 손보기에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미국 국채가 강세를 나타냈다.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달러스팟인덱스는 이날 0.7% 떨어져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4bp(bp=0.01%포인트) 하락한 2.45%를 기록했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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