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TPP 탈퇴 선언...“최후 패자는 결국 미국”

입력 2017-01-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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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결정에 이어 역대 최대 규모의 다자 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수순에 돌입함에 따라 아시아 최대 경제 강국인 중국과 일본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의 TPP 탈퇴는 결국 미국에 역풍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머니는 “트럼프의 TPP 탈퇴 결정은 (미국과 세계 무역 주도권을 다퉈온) 중국에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주 폐막한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중국은 자유무역을 종식시키려는 포퓰리스트 세력에 대항해 세계화를 지켜낼 것”이라며 자유무역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했다.

외교관계협의회의 에드워드 알덴 수석 연구원은 CNN머니에 “트럼프가 왜 나프타를 재협상하려고 하는지, TPP를 포기하려는 지 당혹스럽다”며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거대 자유무역 구상에서 탈퇴를 결정한 건 스스로 중국에 막대한 영향력을 부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중국은 자체 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를 추진하며 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RCEP로 눈을 돌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태국은 이미 미국에서 중국 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은 전했다. CNN머니는 RCEP가 성공을 거두면 중국은 앞으로 더 큰 자유무역지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위치에 놓일 것으로 예견했다.

반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직후 아베 신조 총리가 트럼프의 자택까지 찾아가 회담하는 등 트럼프 정권과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여온 일본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도 우방국들을 자극해서 좋을 것이 없다.

WSJ는 TPP 실패가 초래하는 더 큰 충격은 90년 가까이 세계 무역 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의 리더십 후퇴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대폭 인상한 스무트 홀리법 제정 이후 약 90년간, 특히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의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을 지켜왔다. 미국민이 모두 평등하게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자유 무역이라는 공통된 인식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1980~1990년대에까지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성장이 둔화하면서 오바마 시대에 이르러 이같은 인식은 무너졌다.

문제는 미국이 스스로 중상주의로 후퇴할 경우, 그 무역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는가 하는 것이다. TPP의 탈퇴는 금융시장에 선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에 경제적 충격은 크지 않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무역에 관련된 최고의 주도권을 놓치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웃 나라를 궁핍하게 만들고 보호주의적인 게임으로 몰고가 국가의 성공이 단순한 무역흑자로 측정되면 향후 수개월 내에 경제적 피해가 표면화할 것이라고 WSJ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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