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실트론 빅딜’ 최태원과 구본무의 결단

입력 2017-01-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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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하이닉스 중심 미래 비전 실현… LG, 28년 만에 반도체 손떼고 신사업 투자 재원 확충

▲구본무(왼쪽)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이 파격적인 ‘반도체 빅딜’을 성사시켰다. 반도체를 성장 주축으로 육성하려는 최 회장과 비주력 사업 청산을 통한 ‘선택과 집중’에 나선 구 회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SK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SK의 LG실트론 인수는 최 회장의 반도체 사랑이 적극 반영된 결과라고 재계는 입을 모은다. 최 회장은 2011년 하이닉스를 약 3조4000억 원에 인수한 이후 반도체를 SK그룹의 성장 주축으로 육성해왔다. 특히 ‘승부사’ 기질을 십분 발휘하며 SK하이닉스 인수 이후에도 반도체용 가스업체인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와 SK에어가스를 연이어 인수,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미래 전략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번 LG실트론 인수는 소재에서 완제품까지 반도체 밸류체인을 완성하기 위한 최종 작업으로 분석된다. LG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ㆍ판매하는 전문기업이다. 반도체용 웨이퍼는 일본과 독일 등 소수 기업만이 제조기술을 보유하는 등 기술장벽이 높은 소재 분야다. LG실트론은 이 시장에서 세계 4위 규모다. SK는 LG실트론 인수를 통해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핵심 소재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LG실트론 인수로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 분야의 수직계열화가 가능하게 됐다”며 “향후 글로벌 기업과의 추가적 사업 협력 및 해외 시장 진출 등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종합소재 기업’으로의 비전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전장 사업과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구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28년 만에 완전히 털어낼 수 있게 됐다. LG그룹은 1989년 금성일렉트론을 설립,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95년 이름을 LG반도체로 바꾸고 사업을 키워왔지만,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분을 현대전자사업에 넘겼다. SK에 넘긴 LG실트론은 1990년 동부그룹에서 넘겨받아 경영권을 유지해왔으나, LG그룹 계열사와 별다른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그간 지분 매각을 위한 내부 논의가 이어졌다.

LG는 선제적 지분 매각으로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전장 등의 신성장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확충해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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