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쑤성 등 제강설비 폐쇄 올해에만 4147톤 감축… 국내사 잇따라 가격 인상
값싼 가격으로 글로벌 철강 시장을 공략했던 중국이 본격적인 생산 감축에 나서자, 한국 철강사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다. 수입 물량의 감소가 현실화하자, 국내 주요 업체들은 발 빠르게 가격 정상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가격을 각각 톤당 12만 원, 10만 원 인상했다. 스테인리스 가격도 톤당 20만 원 올렸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달 열연과 냉연 가격을 5만 원 인상한 데 이어 이번 달에도 5만 원을 더 올렸다. 동국제강도 지난해 11월부터 가격 인상을 이어오고 있다.
그간 국내 업체들은 원자잿값 상승 압박 속에도 전방산업 부진에다가, 중국산 철강 제품의 덤핑 공세로 좀처럼 가격 인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내 철강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너도 나도 가격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
중국 장쑤성(江蘇省)은 향후 2년간 1170만 톤(1년에 585만 톤씩)의 제강 설비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허베이성(河北省)과 산시성(山西省)도 올해 1562만 톤, 2000만 톤을 각각 폐쇄하기로 했다. 올해에만 중국에서 4147톤 규모의 제강 설비가 문을 닫는 것이다. 지난해(7998만 톤)보다 절대적인 규모는 더 적어졌지만 ‘가동되고 있던 설비’란 점이 의미 있다. 실질적인 생산 감축이 이뤄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감산 여파로 최근 국산과 중국산 철강 가격 차이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달 초 국산 열연강판의 유통 가격은 톤당 76만 원을 기록했다. 중국산은 이보다 1만 원 싼 75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에 가격 차가 10만 원까지 벌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7만 ~ 9만 원까지 벌어졌던 철근 가격 차(톤당)도 국산 62만5000원, 중국산 61만5000원으로 1만 원밖에 나지 않는다.
A철강사 관계자는 “중국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현지 철강사들은 내수보다 가격이 낮은 수출 물량을 먼저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중국산 수입 물량이 줄면 국내 업체들의 출하량이 늘어나고, 이는 국산 철강 가격 정상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만 원 차이는 품질 경쟁력과 영업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중국이 구조조정 틈을 타 동남아 등 신흥국이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