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리더 자처…“보호무역주의는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것”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쏘면서 세계화의 리더로 자처하고 나섰다.
시진핑은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일명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무역전쟁은 공멸하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시진핑은 “아무도 무역전쟁에서 승자로 부상할 수는 없다”며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밖에는 눈과 비가 내릴 수도 있지만 빛과 공기도 있다”고 비유했다.
시진핑의 메시지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무역에 회의적인 트럼프의 20일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날 다보스포럼에서 시 주석의 연설을 경청한 칼 빌트 스웨덴 전 총리는 “글로벌 리더십에 공백이 생긴 가운데 시진핑이 이를 포착했다”며 “만일 미국이 좀 더 중상주의적인 노선을 취하면 아시아와 유럽이 글로벌 자유무역 유지를 위해 힘을 합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일부 사람은 경제 글로벌화가 전 세계에 혼란을 일으켰다고 비난하고 있다. 세계화가 많은 국가에서 소득 불평등을 초래한 사실도 인정한다”며 “그러나 비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인용해 “발전은 사람들의, 사람들에 의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데이비드 립튼 수석 부총재는 “중국이 세계화에 중요한 혜택이 있다는 점을 말하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점도 인정한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수출을 촉진하고자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무역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모든 국가가 이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는 트럼프가 기후변화 주장을 사기극으로 부르면서 미국이 협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시진핑은 18일 안토니우 구테헤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토머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국제기구 기관장들과 잇따라 회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