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포스코 회장 연임, 탄핵정국의 덤?

입력 2017-01-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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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연임 여부가 보름 후면 판가름난다. 박태준 초대 회장부터 7명의 역대 회장 모두 정권교체 시기 전후로 낙마한 터라 주목된다. 포스코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25일 이사회 전에 그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권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여러 연루 징후로 궁지에 몰려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검찰에 소환되는 첫 대기업 총수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또 권 회장 선임 과정부터 정치 권력이 개입했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앞서 권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씨와 친분이 있는 박충선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권 회장 부인) 덕분에 포스코 회장에 올랐다는 의혹을 받았다. 박 교수는 박 대통령과 서강대 2년 선후배 사이다. 지난 2005년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 재임 당시 박 대통령의 여성 정책 자문을 하면서 각별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최 씨 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CF감독 차은택 씨 측의 옛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지분 강탈 의혹에도 권 회장이 등장한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권력형 비리와 연결된 대형 부동산 사업에도 포스코가 등장한다. 권 회장의 연임 선언을 두고 용기인지, 만용인지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권 회장은 지난 3년여의 임기 동안 추진해온 구조조정 작업을 다음 임기를 통해 마무리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는 “지난 3년간 추진해왔던 정책들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남은 과제들을 완수하기 위해 연임 의사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권 회장 연임 환경은 표면적이지만, 역대 어느 회장 시절보다 평탄하다. 조기 정권 교체 가능성에 정경유착 비리 근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민영화된 공기업의 수장을 전리품처럼 여겨 정권 입맛에 맞추려는 구태가 반복될 소지가 적다는 얘기다.

초대 회장이었던 박태준 명예회장은 노태우 정권 말기인 1992년 10월 김영삼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직을 거부한 일로 정치적 압력설에 휘말려 퇴진했다. 이후 2대 황경로, 3대 정명식, 4대 김만제, 5대 유상부, 6대 이구택, 7대 정준양 회장까지 예외 없이 권력의 입김으로 임명된 뒤 새 정권에 의해 임기 도중 하차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이후 포스코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기업 지배구조 헌장까지 제정했다.

탄핵 정국인 지금은 청와대나 정권 핵심부의 개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권 회장이 특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터라, 얼핏 보면 최순실 게이트 불똥도 피해 가는 모양새다. 결국, 권 회장의 현 정권과의 유착설이 사실로 판명나기 전까지는 연임에 개입할 수 있는 외부 세력은 없다. 하지만 꼬리를 무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 연임될 경우, 차기 정권에서 ‘불명예 퇴진’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질 게 뻔하다. 자칫 대통령 탄핵에 물려 있는 권력의 공백기를 틈타, 그의 연임이 덤 취급을 받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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