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노조, 야권 반발은 큰 걸림돌
KT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17’ 참관을 위해 미국을 방문중인 황창규 회장이 6일 오전 KT 사내 방송을 통해 연임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KT의 CEO추천위원회는 황 회장에게 6일까지 연임 의사를 밝혀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달 중 적격심사 결과 발표, 추천위 구성은?= 황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CEO추천위원회는 자격 심사에 본격 착수한다. 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 전원과 사내이사 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사외이사인 김종구 법무법인 여명 고문 변호사가 맡았고, 사내이사로는 구현모 KT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참여한다.
추천위는 황 회장의 경영 성과와 향후 비전 등을 심사해 CEO 후보 추천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추천위가 황 회장의 연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다른 후보 물색에 들어간다. 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추천위가 최종 선정한 회장 후보자는 다음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된다. KT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업계에선 지난 3년 간의 경영 성과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데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관측이 더해지며 여전히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적만 보면 황 회장의 연임은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KT는 2분기에 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4000억 원대를 달성한 데 이어, 3분기에도 4000억 원을 돌파했다. KT가 2분기 연속 4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1년 2 ~ 3분기 이후 5년 만이다.
KT 관계자는 “CEO가 연임의사를 밝혔을때 추천위에서 부적절하다고 내렸던 전례가 없었다”며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한 이번에도 추천위 심사를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가장 큰 걸림돌은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황 회장의 연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연루 의혹이다.
호실적과 달리 황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연임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검찰 조사에서 KT는 청와대의 청탁을 받고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중 하나인 차은택 씨의 측근을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채용하고,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 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황 회장은 공식적인 활동을 일체 중단하고 ‘은둔경영’에 돌입했다. 한때 국회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으나 국정조사가 박근혜 대통령과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화살을 피해갔다. 이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연임의사를 밝히면서 황 회장도 연임 하기로 마음을 굳혀 왔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KT새노조와 야당에선 황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 성명서를 내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황 회장이 연임의사를 공식화 하자 KT새노조는 ‘또 다시 재현될 KT의 CEO리스크’라는 논평을 내고 반대했다.
새노조는 “황 회장의 연임은 KT가 국민기업이기를 포기한 것이며,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KT의 고질적인 CEO리스크의 재현으로 박근혜-최순실의요구를 수용했던 것처럼 차기 정권 요구에 맞추며 자리보전에 집착하는 행태가 반복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황 회장이 최순실-박근혜 범죄에 깊이 개입했음이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바 있고 앞으로도 특검과 국정조사 특위에서 더 많이 드러날 것”이라며 “여론, 의회, 수사기관 모두가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회장이 연임이 될 경우 차기 대통령 선거 이후 KT는 또 다시 커다란 CEO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황 회장의 연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이용주 법률위원장은 전날 성명서를 내고 “3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황 회장의 연임을 위한 댓가 가능성이 있다”며 “준 게 있으면 당연히 받은 게 있기 마련이다. 기업이 손해가 될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KT 황창규 회장이 연임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황 회장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이사회 승인 없이 결정하고 차은택 창조경제추진단장 측근을 광고 담당 임원으로 영입하고 일감을 줬다”며 “황 회장 자신이 내세운 기업운영 원칙을 앞장서서 어기고 최순실 국정농단에 부역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