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오 창업주, 자신이 없더라도 기업문화 유지하려는 의도
인공지능(AI)이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가 고용과 해고 등 다양한 일상 경영 활동을 맡을 수 있는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브리지워터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현재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가 종종 ‘미래의 책’으로 부르는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목표는 기업 경영 대부분을 AI가 자동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브리지워터에서 회의 대부분은 기록되며 직원들은 지속적으로 서로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공개하게 되면 달리오의 주시 하에 개인 성과를 평가받게 된다. 달리오는 브리지워터를 극단적인 개방성을 가진 기업으로 만들려고 평생을 노력해 왔으며 자신이 없어도 이런 문화가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WSJ는 설명했다. 그러나 직원들이 받는 압박도 매우 크다. 브리지워터 신입사원의 약 20%가 입사 첫해에 회사를 그만둔다. 전현직 직원들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종종 화장실에서 우는 동료를 목격하곤 한다고 증언했다.
브리지워터의 새 기술은 바로 달리오의 비정통적인 경영 방식을 적용하려 한다.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처럼 직원들이 어떻게 하루 일과를 보내야 할지 알려준다. 여기에는 직원들이 어디에 전화를 걸지 등 사소한 업무도 포함돼 있다.
아직 시스템은 개발 단계에 있어서 세부사항을 놓고 브리지워터 내부에서도 한창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직원은 “이 프로젝트는 마치 달리오의 두뇌를 컴퓨터에 넣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묘사했다.
달리오는 6년 전 멘토를 자처하며 경영에서 손을 뗐으나 올해 초 복귀했다. 복귀 수주 후에 그는 매니저들을 모아놓고 “브리지워터가 커지면서 비효율적이 됐다”며 “약한 직원은 그만두게 하는 리노베이션을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고 나서 전체 직원의 10%인 150명이 회사를 떠났다. 앞으로도 수백 명이 더 감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리지워터는 수십 년 전 컴퓨터를 통한 트레이딩이라는 개념이 구체화되기도 전에 금리와 부동산 판매 등 각종 데이터를 축적해 투자하는 알고리즘 개발을 시작했다. 이런 알고리즘을 통해 브리지워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6년 이를 예측해 냈다.
더 나아가 달리오는 인간도 기계처럼 일해야 된다고 믿는다. 종종 직원들이 감성의 방해로 인해 최고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브리지워터가 경영 알고리즘 구축에 나선 것도 이런 달리오의 신념을 반영한 것이다.
브리지워터는 지난해 초 ‘체계화된 지능연구소’를 설립해 다양한 경영 활동을 도울 AI 소프트웨어 ‘프리OS(PriOS)’ 개발에 착수했다. IBM에서 AI 시스템 왓슨 개발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페루치가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최근 아이패드용 경영 앱을 몇 개 선보였다. 예를 들어 ‘계약(The Contract)’으로 불리는 앱은 직원들에게 시간별 자신의 목표를 구체화하는 것을 돕고 실제로 성과가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한다.
프리OS의 궁극적인 버전은 경영진이 회의를 한다면 하기도 전에 입력된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그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고 직원들에게 하루 일과를 전부 지시할 수 있는 것이다. 달리오는 5년 안에 경영 의사결정의 약 4분의 3을 프리OS가 수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