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푸틴 책임론을 제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대선판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던 민주당 이메일 해킹 사건은 러시아 소행이라고 밝혔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 사태를 심각히 받아들이고 함께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를 해킹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받아 본 정보는 ‘러시아가 이번 해킹을 했다’는 정보당국의 평가에 대한 큰 확신을 심어준다”면서 “러시아 고위층의 지시로 해킹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명령 없이 일어나는 일이 많지 않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G20 정상회의 기간)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해킹을 중단하지 않으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었다”며 “9월 경고 이후에는 추가 해킹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러시아의 해킹 사건이 정치적 논쟁거리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며 “미국의 선거가 외국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고 트럼프 당선인도 이번 사안에 대해 비슷하게 우려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해킹을 통한 대선 개입 의혹은 미국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7월 DNC가 러시아 해커 추정 세력으로부터 광범위한 사이버 공격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앞서 미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은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돕고자 미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해킹을 주도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특히 자신은 러시아와 아무 연관이 없다며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러시아를 핑곗거리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AFP 통신은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트럼프 당선인에 러시아 해킹 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수용하도록 촉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의회전문지 더 힐은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러시아 해킹 다툼에서 다소 누그러진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쳐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선 “트럼프 당선인에게 ‘외교정책은 체계적이고 국제적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면서 “하나의 중국은 중국으로서는 국가의 핵심적 개념이다. 만약 그것을 뒤집으려 하면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도중 기자회견장 뒤편에 서 있던 한 여성이 이상을 일으켰고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상황 파악에 나서면서 기자회견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