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사장은 15일 오전 열린 대구 신세계 그랜드오픈식에 참석했다. 정 사장이 그룹의 공식 행사에 참석한 것은 1996년 입사 이래 처음이다. 행사장에서 정 부사장은 별도의 인사말을 하지는 않았으나 재계는 20년 만에 공식 석상에 얼굴을 드러낸 정 사장이 개점 행사 참석을 계기로 경영 보폭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사장이 대외 활동에 소극적이던 자세에서 벗어날 것이란 관측은 이전부터 있었으나 특히 올해 들어 힘을 얻었다. 지난해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승진과 지난 4월 있었던 오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의 지분 교환으로 경영 능력을 평가받을 시험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당시 보유 중이던 이마트 지분 2.5%를 정 부회장이 가진 신세계 지분 7.3%와 맞교환했다. 이를 계기로 정 사장은 신세계 지분 9.8%, 정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 9.8%씩 각각 보유하게 됐다. 2011년 신세계와 이마트의 분할, 작년 말 이마트와 신세계 부문의 조직개편에 이은 지분 교환으로 ‘정 사장-신세계, 정 부회장-이마트’라는 분리 경영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아울러 백화점이 들어선 대구라는 지역이 가진 의미가 남다르다는 점도 공식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대구는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의 연고지로, 범 삼성가인 신세계그룹과도 관계가 깊다.
더군다나 신세계는 1973년 지역 1호점으로 대구에 백화점을 출점했지만 영업부진으로 철수했던 아픔이 있다. 이에 정 사장은 기공식 때도 부지를 둘러보는 등 개점 전부터 수차례 대구를 찾았다. 대구 신세계는 올해 강남점 증축(2월)과 센텀시티몰(3월), 면세점 명동점(5월), 김해점(6월), 스타필드 하남점(9월)에 이은 6대 신규 프로젝트의 마침표이기도 하다.
한편 백화점 부문을 홀로 이끌며 경영 능력을 평가받아야 하는 정 부회장이 처한 환경은 좋지 않다. 신세계 연결기준 실적을 보면 최근 2년 새 경기침체에도 매출 규모는 소폭 늘고 있으나 영업이익은 내리막이다. 백화점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이나 올해 새롭게 뛰어든 면세사업에서는 5월 개장 후 9월 말까지 372억 원의 적자를 내는 등 부진하다. 17일 예정된 서울 시내 3차 면세점 입점 성사 여부도 주요 평가 잣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