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자동차업체에 반독점 벌금 부과 예정…트럼프,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와 맞불 준비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중국을 연일 자극하는 가운데 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양국 기업들이 무역전쟁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가 자국과의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 자동차업체에 반독점 규정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장한둥 가격감독검사·반독점국 국장은 이날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 미국 자동차업체가 딜러들에 고정가격을 지시해온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업체는 이메일이나 구두로 가격 책정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업체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NDRC가 미국 업체들에 반독점 규정 위반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은 이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NDRC는 앞서 지난 7일 의료기술업체 메드트로닉에 1억1800만 위안(약 198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맥쿼리증권의 자넷 루이스 아시아 자동차시장 전문가는 “벌금 부과 대상이 포드나 제너럴모터스(GM), 또는 둘 다가 될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이어 “다만 두 업체 모두 최근 공격적으로 판매가격을 할인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의 주장은 다소 모호하게 들린다”고 지적했다.
장 국장은 “처벌 결정이나 목표로 삼는 업체에 대해 아무도 이를 부적절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반경쟁적인 행동과 관련해 중국과 외국 기업을 공평하게 다루고 있다. NDRC는 지난 2011년 이래 이번까지 미국 자동차업체에 일곱 차례 벌금을 부과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교 소식통들은 중국의 조치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뒤흔들려는 트럼프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일 미국 대통령 또는 당선인으로는 37년 만에 처음으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으며 최근 트위터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대중국 무역 협상카드로 쓰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선거 유세에서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고율의 수입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강경 자세를 보였다.
차이나데일리는 전날 사설에서 “역사는 중국과 미국의 원활한 관계가 경제에도 좋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본질적으로 윈-윈 관계에서 우위를 얻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GM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한 1000만 대 가까운 차량 중 3분의 1 이상을 중국 소비자가 구입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미국 자동차업체에 반독점 규정 위반을 적용할 것이라는 소식에 트럼프도 맞대응할 태세다. 션 스파이서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기업과 일자리를 위해 앞장서 싸울 것임을 분명히 해 왔다”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와 이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가 맞불을 놓을 준비를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