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50㎞, 본체 전송영상 보며 조종속도 측정·장애물 통과로 나누어 경쟁
포뮬러원(F1) 트랙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트랙을 하늘에 뜬 드론이 시속 150km로 비행한다. 트랙을 가장 빠른 속도로 통과해 승자를 정하는 사이 잠시 한눈을 팔면 드론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다.
드론 레이싱이 스타크래프트의 뒤를 잇는 대표적인 e스포츠로 성장하고 있다. 초창기 e스포츠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실체(드론)가 있다는 점이다. 과거 e스포츠는 게임 속에서 선수들끼리 경쟁하는 온라인 형태였다. 특설 무대가 마련되긴 하지만, 경기는 컴퓨터를 통해 게임 내에서 이뤄졌다.
드론 레이싱은 가장 빠른 한 바퀴 랩타임을 측정하는 레이싱과 장애물을 통과하며 묘기를 선보이는 프리스타일 부문으로 나뉜다.
경기용 드론 본체에는 FPV(First Person View·1인칭 시점)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참가자는 고글을 쓰고 카메라가 보내는 영상을 보며 드론을 조종한다. 드론의 최고 속도는 시속 150㎞에 달한다.
미국 컨설팅사 ‘틸그룹’은 세계 드론 시장규모는 2014년 64억 달러(약 7조5000억 원)에서 2023년 115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선 드론레이싱이 연간 27조 원의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F1처럼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1은 프로모터들이 지급하는 개최권료, 세계 약 190개국에 이르는 방송사들이 내놓는 TV 중계권료, 200여 개 기업의 스폰서십 자금, 그리고 평균 50여만 원을 웃도는 서킷 입장권 판매 수입 등과 경기와 직접 관련 없는 요소까지 넣는다면 그 액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올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드론 레이싱 대회’는 중동 갑부 만수르의 후원으로 100만 달러(약 11억3870만 원)의 상금이 걸리기도 했다.
KT는 지난해 처음 국내에서 드론 레이싱 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여름에는 해운대, 이달에는 평창 등 국제 드론 레이싱 대회를 열고 저변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KT와 NC소프트와 같은 기업 후원으로 국내 선수들이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국내 아마추어 드론팀은 80여개 팀이 있다.
강희동 한국드론레이싱(KDRA) 대표는 “드론레이싱 대회는 시작한 지 2년 남짓 됐지만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며 “올해 국내 대회 규모만 10억 원 정도에 달하고 앞으로 산업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