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9시간 마라톤 협의 끝에 감산에 최종 합의했다. OPEC 회원국 모두 원유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석유 카르텔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 필요성에 공감하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OPEC의 14개 회원국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기 총회를 열고 회원국들이 하루 최대 생산량을 지난 10월 생산량 기준에서 120만 배럴 줄이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에 OPEC의 최대 일일 산유량은 3250만 배럴로 줄어들게 됐다. 석유 카르텔 OPEC이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은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OPEC은 금융위기로 유가가 급락하자 하루 평균 150만 배럴을 감산했다.
이날 총회 직전까지 시장에서는 감산 예외를 요구하는 이란과 이라크, 그리고 모든 산유국이 감산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대립하면서 감산 합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시장의 우려와 달리 이들 3대 산유국이 막판에 합의하면서 예상보다 쉽게 감산 합의에 도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OPEC 3위 산유국인 이란은 경제 회복을 위해 제재 이전 수준으로 생산량을 유지해야 한다며 하루 397만5000배럴에서 동결하겠다고 제안했다. 사우디는 이란에 370만7000배럴을 요구했고 중재에 나선 알제리는 하루 평균 379만5000배럴을 제시했다. 사우디는 알제리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이란이 하루 평균 380만 배럴 이하로 생산하는 데 동의했다. OPEC 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일일 생산량을 약 48만6000배럴을 줄여 1000만 배럴 정도를 생산할 방침이다.
OPEC이 합의에 도달하면서 비OPEC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도 하루 3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다. 당초 60만 배럴 감산이 검토됐으나 합의 과정에서 조정됐다. 이번 최종 합의에 따라 OPEC 회원국은 내년 1월부터 감산을 실시하며 감산 연장 여부는 내년 5월 총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정정 불안을 겪는 나이지리아와 리비아는 감산 합의에서 제외됐다.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OPEC 회원국인 인도네시아는 원유 순 수입국이라는 이유로 이번 감산 합의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에 OPEC 재가입 1년 만에 회원국 자격이 정지됐다.
이날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는 9%대 급등했다. 이날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9.3% 뛴 배럴당 49.44달러로 장을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9% 넘게 급등하며 50달러 선을 회복했다. WSJ는 상당수 전문가가 OPEC의 감산 결정에 배럴당 원유가격이 낮게는 55달러, 높게는 70달러로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유가 향방의 변수는 이제 북미 셰일유 업계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라이벌인 북미 셰일오일이 이 기회에 생산량을 늘리면 OPEC 역시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산유량을 다시 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