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보잉에 불법 보조금 판정…EU-미국 무역전쟁으로 번지나

입력 2016-11-2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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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에어버스, 서로 보조금을 놓고 12년째 분쟁…WTO에 부정적 트럼프 반응에 관심

▲WTO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보잉이 주정부로부터 불법 보조금을 받았다는 EU와 에어버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미국 워싱턴 주 보잉 공장에서 777 여객기를 생산하고 있다. 블룸버그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 보잉이 주(州) 정부로부터 불법 보조금을 받았다는 판정을 내린 것이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무역전쟁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WTO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주정부가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보잉에 보조금을 지원한 것이 불법이라고 판정하면서 90일 이내에 이를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보잉이 최신 여객기인 ‘777X’를 개발하면서 워싱턴 주의 법인세 감면 프로그램을 통해 87억 달러(약 10조2268억 원) 상당의 불법적인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보잉의 최대 라이벌인 에어버스는 이런 불법 보조금으로 인해 자사가 500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으며, 보잉은 워싱턴 납세자들의 돈으로 777X를 개발하고 회삿돈은 1달러도 들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보잉은 이미 에미리트항공과 독일 루프트한자 등으로부터 777X를 300기 이상 수주했다.

이날 판정은 WTO가 EU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WTO 패널들은 “워싱턴 주가 자국 원자재 사용을 전제로 보조금을 지급해 불공정 거래를 조장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EU는 “WTO는 우리가 산정한 피해액 중 57억 달러가 불법 보조금에 해당된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보잉은 “수치가 너무 과장됐다”며 “연간 5000만 달러의 ‘미래 인센티브’만 WTO 결정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미국과 EU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보잉과 에어버스는 서로가 정부로부터 불법 보조금을 받고 있다며 WTO에서 12년째 분쟁을 벌여왔다. WTO가 불법 보조금 판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사례라고 FT는 덧붙였다.

WTO가 무작정 EU와 에어버스 편만을 드는 것은 아니다. WTO는 지난 9월 EU와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4개국이 보조금을 중단하라는 2011년 판정을 따르지 않고 A350 등 에어버스의 항공기 개발에 220억 달러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판정했다. 현재 EU는 이에 대해 항소한 상태다. 보잉은 에어버스와 마찬가지로 이번 건에 항소할 것으로 보여 양사의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가운데 이날 판정이 나와 향후 트럼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에서 “WTO는 ‘재앙’과도 같다”며 “재협상을 하든지 최악의 경우에는 탈퇴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WTO가 이날 비록 보잉에 불리한 판정을 내렸지만 EU가 주장한 7가지 불법 세제혜택 중 6개는 인정하지 않아 트럼프가 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WTO가 불법이라고 판정하지 않은 세금 프로그램을 채택하도록 주정부에 독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자국으로 공장을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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