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 무역갈등 더욱 고조될 듯
미국 정부가 23일(현지시간)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의 ‘시장경제’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을 ‘비(非) 시장경제’ 국가로 평가해 반덤핑 등에 엄격한 조건을 부여해 왔다.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면 미국이 반덤핑 관세 등의 조치를 취하기가 힘들어진다.
페니 프리츠커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미ㆍ중 합동 상업무역위원회를 마치고 나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시장경제지위를 부여받으려면 우리의 엄격한 기준을 맞춰야 한다”며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시장경제 지위 인정 조건으로 외자 진출 자유 등 6개 항목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내년 1월 미국 차기 대통령에 취임하면 중국에 대한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 앞으로 양국 무역 마찰이 심화할 전망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01년 WTO 가입 당시 15년간 시장경제 지위 인정 결정을 유예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WTO 협정에서는 정부가 환율과 생산활동을 통제하는 국가를 비시장경제 국가로 지정해 무역 상대국이 고율의 반덤핑 관세 등 대응 조치를 쉽게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WTO 가입 후 15년이 지났기 때문에 올해 12월 11일 자동으로 시장경제 지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자동전환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프리츠커 장관은 이날도 “WTO 협정은 중국에 자동으로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하도록 돼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한국 등 상당수 국가는 이미 중국에 개별적으로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