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트럼프의 트위터 사랑

입력 2016-11-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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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은 국제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트위터 사랑은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선 당시 100대 매체 중 40개가 넘는 언론사가 트럼프의 경쟁 상대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자신에게 등을 돌렸을 때 트위터는 그의 대변인이었고, 곧 언론이었다. 각종 막말로 궁지에 몰렸을 때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을 때도 트럼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폭풍 트위트’를 했다. 그의 트위트는 각종 논란을 몰고 다녔지만 동시에 영향력도 엄청났다. 거친 표현이 섞인 SNS 글을 미국 언론들이 실시간으로 전달한 덕에 저비용으로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인 출신다운 영리한 선택이었다.

그런 트럼프 당선인이 이제 트위터 활동을 자제하겠노라 공언했다. ‘하더라도 제한된 수준에서’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트위터 자제 선언’을 한 지 이틀 만에 자신을 비판한 기사를 보도한 뉴욕타임스를 “형편없다”며 비난 트위트를 했고, 애초에 이전 계획이 없던 포드자동차의 공장을 두고 자신 덕분에 “이전 안 한다”며 트위트로 생색냈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통합을 강조했지만 반(反)트럼프 시위대를 향해 “미디어에 선동된 전문 시위꾼”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정책과도 같은 엄청난 영향력을 갖는다.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의 한마디에 군대가 움직이고, 미국 시민은 물론 시리아 난민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 영국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했다. 인생에는 SNS 말고도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후보 시절처럼 하고 싶은 말을 여과 없이 SNS로 내보낸다면 SNS는 분명 낭비를 넘어서 먼 훗날 그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트위터 말고도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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