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역내에 진출한 미국 은행에 불리할 수 있는 은행 자본법 관련 개정조항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미국 내에 진출한 유럽은행에 비용부담을 늘리는 미국의 규제에 맞대응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FT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미국이 지난 2014년 외국계 은행의 자본을 규제하기 위해 도입한 ‘중간지주회사’제도와 유사한 조치를 마련해 입법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특히 EU 집행위는 은행들의 ‘대마불사(大馬不死)’를 막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자본요건 규칙을 최신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만약 EU가 추진하려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미국 대형투자은행들이 EU 역내에서 더 많은 자본과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즉 위기 시 자회사들이 유럽당국에 의해 별도로 정리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개정안에 따르면 EU 역내에 2∼3개의 자회사를 둔 외국계 은행들은 중간지주회사를 통해 자회사에 대한 책임을 지게 돼 있다. FT가 확인한 개정 초안에 따르면 이번 규제 대상 범위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거나 총자본이 300억 유로가 넘는 외국계 은행들까지 확대돼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과 같은 미국 투자은행들도 포함 대상이라는 뜻이다.
EU 측은 지난 20014년 미국이 해당 제도를 도입할 당시 보호무역주의라고 비난하며 이에 맞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U가 최근 모기지 증권부실 판매로 미국 법무부가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이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분열을 조장, 결국 양측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불공평한 경쟁의 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유럽은행들로서는 이번 개정안을 환영하겠지만, 국제적 규제가 중복되는 데 따른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