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흔 정치경제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기자로서 직접 만나본 것은 2008년 보건복지부를 출입할 때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에서였다. 박 대통령은 당시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다.
당시 보건복지위는 국정감사 기간 중 현장 시찰로 종근당 천안연구소, 한미약품 기흥연구소, 함소아제약 화성공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현장시찰단에는 박근혜 의원도 함께 있었다. 현장시찰 동안 별로 말이 없던 박 의원은 한미약품 연구소에서 임성기 회장에게 갑자기 연구소를 대구에도 하나 세워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를 생각하는 국회의원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현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임 회장의 답변은 의외였다. 인사치레라도 ‘검토해 보겠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주 강한 어조로 어렵다고 말한 것이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 연구소가 있는 기흥이 사실상 마지노선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기흥까지는 연구원들이 출퇴근할 수 있는데, 더 내려가면 출퇴근이 어렵고 인재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당시 박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졌지만,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된 거물 정치인이었다. 또 언제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유력 주자였다. 임 회장의 용기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8년 전 기억을 새삼스럽게 꺼낸 이유는 박 대통령이 권력을 국민이 아닌 개인을 위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은 대기업 회장들을 만나 700억 원이 넘는 돈을 걷어 최순실을 지원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권력 남용은 국민이 많은 희생을 통해 얻은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는 점에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