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62) 독일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4연임에 도전할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메르켈 총리는 독일 전후 최장기 집권 총리 중 한 명이 된다.
메르켈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저녁 기자회견에서 “나는 그간 끊임없이 연임에 대해 생각해왔다”면서 “11년간 총리직을 지낸 이후 다시 4연임에 도전하겠다고 내린 결정은 독일과 당(黨)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결코 사소한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하며 총리직 4연임 도전을 선언했다.
메르켈 총리는 내달 5일 시작되는 에센 전당대회에서 임기 2년의 기독민주당 당수직에 도전한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 2009년, 2013년 세 차례 총선에서 승리해 총 11년간 총리직을 유지해왔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에선 총선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정당의 대표가 총리를 맡게 된다. 메르켈 총리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대표로 뽑히고, 내년 총선에서 기민당이 다수당이 되면 메르켈은 총리직 4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수개월 전부터 재임 도전에 대한 관측이 나왔었지만 메르켈 총리는 말을 아껴왔다. 그러나 미국 대선에서 예상치 못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이후 반 세계화에 맞설 서구권의 ‘자유주의 수호자’로 메르켈 총리의 역할이 부각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가했다. 지난주에는 임기 중 마지막으로 독일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내가 여기 사는 독일인으로서 투표를 한다면 그를 지지할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의 앞길은 밝지만은 않다. 영국과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난민 문제, 시리아 내전 등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메르켈 총리는 “좌우 진영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이 독일 통일 이후 가장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첫 여성 총리인 메르켈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4년 더 연임하게 되면 그는 헬무트 콜 전 총리처럼 총 16년의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