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딜레마] 중국 위안화 8년래 최저…진짜 원인은?

입력 2016-11-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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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버블 등 중국 경제상황이 근본적 원인”…경기둔화에 집값 급격히 하락하는 것도 피해야

중국 위안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연일 하락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뒤 계속되는 달러화 강세가 위안화 약세의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과 중국 정책입안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부동산 버블 등 중국의 불안정한 경제 상황을 근본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6.8592위안으로 고시해 위안화 가치를 지난 2008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 절하했다.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당선되고 나서 달러화당 위안화 가치는 1.4% 가까이 떨어졌다.

글로벌 주요 금융기관들은 최근 일제히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연말 위안화 가치 전망치를 종전의 6.75위안에서 6.90위안으로 낮췄다.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ANZ)은 달러·위안 환율이 연말에 6.90위안에 이르고 나서 내년에는 7.00위안 선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HSBC홀딩스와 UBS그룹은 연말 위안화 전망을 각각 종전 6.80위안에서 6.90위안으로 변경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새 대통령이 누구인지에 관계 없이 자산, 특히 부동산 버블과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부양책에 대한 의존으로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많은 도시에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점점 더 많은 중국인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자본유출을 심화시켜 위안화 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 중국 정부의 한 경제자문위원은 “당분간 자산버블과 중국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위안화 추가 절하 기대를 이끌어낼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태도도 최근 위안화 약세가 트럼프 리스크보다 내부적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간접적 증거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당시 외환시장이 지금처럼 혼란에 빠져 달러화 가치가 올랐을 때 인민은행은 “우리는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위안화 가치를 계속 안정시킬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이번에 인민은행은 아직 아무런 성명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또 외환 트레이더들도 인민은행이 최근 수일간 위안화 가치를 지탱하기 위한 대규모 개입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물론 최근 수개월간 중국 각 지방정부가 부동산 규제정책을 내놓고 인민은행은 공격적인 통화완화 조치를 자제하는 등 자산 버블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제조업과 기업 투자 등 다른 성장동력이 약해지면서 경기둔화를 겪는 상황인 만큼 주택 가격이 급격히 떨어질 것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주 발표한 3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부동산 시장을 지탱하기 위해 위안화 환율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하이퉁증권의 리쉰레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이 통화공급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면 위안화 약세는 앞으로도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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